매일신문

책읽는 즐거움-플랜B

자전거를 굴리려면 페달을 밟아줘야 한다.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산업사회를 보면 자전거가 연상된다.

산업사회는 개발이라는 동력이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과연 성장은 모든 가치를 뛰어넘는 '선(善)'인가. 인간이 우주에서 살 수 있는 곳은 지구 뿐이다.

닫힌 계(系)인 지구는 좁다.

로마클럽은 2000년이면 지구가 한계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류의 성장 신화가 가져다줄 파국을 경고하는 책 두 권이 잇따라 출간됐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지구정책연구소의 설립자 레스트 브라운이 지은 '플랜B'는 '지구를 파산에서 구하는 생태 경제학의 길'을 제시한다.

'플랜A'가 지구자연자본을 과도하게 소비해 온 지금까지의 경제 추세를 말한다면, '플랜B'는 인구와 기후가 인간의 통제 안에서 안정되도록 하자는 대안을 의미한다.

지구의 자연자본(자원)이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속에 인간은 과소비를 일삼고 있다.

지구의 '통장'에는 지출보다 원금의 이자가 많았지만 근래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이자는커녕 원금을 급속도로 까먹기 시작했다.

저자는 그 시점을 1980년쯤으로 봤다.

이 때부터 인류의 수요가 지구의 재생 용량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 경제의 거품이 급작스레 붕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 각국은 미국의 발전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대국의 경제개발은 지구 차원의 재앙이 될 수 있다.

식량 수확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중국은 세계 전역의 식량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회비평가 이반 일리히는 1973년에 지은 저서 '성장을 멈춰라'를 통해 개발과 성장 신화의 허구성을 까발린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한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사용되는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고 수단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공생을 위해서는 도구의 성장에 한계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를 저자는 시종일관 유지한다.

성장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무척 고통스럽다.

하지만 더 깊은 성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돌아오는 길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위기에 대한 진단은 두 책 모두 비슷하지만, 대안은 '플랜B'가 구체적이다.

'플랜B'는 지구의 인구를 최고 74억명 선으로 유지하고 201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이며 물 생산성을 2배 이상 높이자고 제안한다.

이산화탄소 문제는 그 책임의4분의 1을 지고 있는 미국 정부가 귀를 기울이면 상당부분 풀린다고 보았다.

화석연료에 기댄 경제에서 수소에 기댄 에너지 경제로 나아가야 함은 물론이다.

'성장을 멈춰라'에서 이반 일리히는 △과학의 탈신화화와 △언어의 재발견 △법적 절차의 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천이기보다 상징적인 담론 수준이다.

더욱이 위기를 기다려 기회를 삼으라는 일리히의 논변은 안이하게 보인다.

일리히가 책을 지은 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지구의 사정은 철학적 담론에 기댈 만큼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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