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의 긴 터널...유통가 힘겹다

동성로 1층매장서 땡처리...복고풍 가게...콧대 낮춘 명품세일

평일 낮 2시 대구 중구 동성로. 빽빽한 상가 건물의 지하나 2,3층 상가는 빈 곳이 더러 눈에 띈다.

1층 매장도 정상 매장이 아닌 소위 '땡처리'를 하고 있는 매장도 많다.

땡처리 업자들은 빈 점포에 월세만 내고 들어와 잠깐씩 영업하고 떠날뿐이다.

동성로 한 상인은 "1층 외에는 임대료를 30%까지 내려도 들어올 사람이 없고, 1층 매장들도 권리금과 매장 투자금액에 발목이 잡혀 버티고 있을 뿐 거래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기를 많이 타는 의류매장을 식당으로 바꾸고 전업하는 곳도 있다.

동성로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이익을 내고 있는 점포는 10% 미만이며 대부분 구색을 맞추기 위해 버티고 있을 뿐"이라며 "상인들끼리는 이제 소매장사로 먹고사는 시대는 지나간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추억을 자극하는 복고풍의 가게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성로 한 주점은 외관을 양철과 찌그러진 주전자로 꾸며 70년대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주점을 찾은 한 고객은 "주머니사정이 가볍다 보니 화려한 호프집보다는 왠지 가격이 쌀 거 같고 맘편하게 들어가 한 잔 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한 매장 안에 다른 업종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얻는 곳도 있다.

ㄷ 커피숍은 '사주 봐드립니다'라고 광고해, 커피숍을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사주도 봐주고 있다.

사주 보는 비용은 커피 한잔 가격을 훌쩍 넘지만 사주를 보려는 고객들도 꽤 많은 편이다.

커피숍 직원은 "사주보는 분은 따로 사무실 없이 일할 수 있어 좋고 커피숍 입장으로도 다른 곳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어 둘 다 이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탑마트는 여성샌들.슬리퍼 3천원 행사를 실시해 이틀만에 3천여켤레를 팔았다.

안은태 점장은 "장사가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뤘다"면서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이처럼 싼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말했다.

이런 풍경은 백화점도 예외가 아니다.

여름 정기바겐세일이 시작되면서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은 잠시 어리둥절하게 된다.

예년에는 '노세일'을 고집했던 골프 의류들도 올해는 세일에 줄줄이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대구점과 상인점에 입점해 있는 골프브랜드 18개중에 아쿠아스쿠텀, 먼싱웨어, 블랙앤화이트, 이동수 등 15개 브랜드가 세일에 참가하고 있으며 특히 레노마, 엘르골프, 이동수 등의 브랜드는 30%의 높은 세일률을 보이고 있다.

세일을 하고 있는 명품 매장에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 명품관으로는 유례없이 매출이 지난해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구지역 명품관 매출이 다른 지역보다 매출감소폭이 더 커, 침체된 지역 경기를 반영하고 있다.

또 고급 여성정장화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저마다 중저가 브랜드를 런칭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백프라자 구인태 잡화팀장은 "경기가 나빠지자 20만원대의 여성정장화는 명품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 사이에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제화 브랜드들은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중저가 상품 런칭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사진: 불황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추억을 자극하는 복고풍 주점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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