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발전 공무원에 달렸다-(1)변화된 모습 보여야

기업하기 좋은 도시 팍팍 밀어주자

국경과 이념이 사라진 21세기. 지구촌의 국가와 도시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진국으로만 여겨지던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이 외국 자본의 유치로 경제력을 급격히 키우기 시작했고, 국내 각 도시들도 대기업과 외자 유치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대구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지역을 대표하던 섬유와 건설업이 몰락한 이후 새로운 활로를 찾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구는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또 이때문에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거두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반성의 중심에는 공무원 사회가 자리잡고 있다.

지역의 높은 보수성과 배타성에다 공무원 사회의 무사안일이 지역 혁신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도시들의 발전상을 통해 대구 공무원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대안을 찾는다.

▲열악한 기업환경

지난 4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가 발표한 '2004년 세계 경쟁력 보고서'는 인구 2천만명 이상의 30개 경제권 가운데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15위로 평가했다.

타이완(4위), 일본(9위), 말레이시아(7위), 중국(10위), 인도(14위) 등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

또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펴낸 '세계 기업경쟁력(MICI)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공무원 자질은 80개국 중 24위에 머물렀다.

이 조사에서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은 23위를 차지했다.

경쟁국인 싱가포르(5위), 대만(13위), 홍콩(16위), 일본(17위)에 비해 여전히 '사업하기 힘든 국가'임이 확인된 것.

그러나 대구는 '사업하기 힘든 한국'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도시로 꼽힌다.

단적인 예는 16개 시.도의 투자 유치 성적표. 대구는 여지없이 꼴지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집계한 '1962년~2003년 9월 지자체별 외자유치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외자 유치 총액은 892억7천900만달러 였다.

이 가운데서 대구의 외자 유치는 4억5천300만달러에 그쳐 전국 대비 0.5%에 불과한 실정. 외자 유치 실적이 10억달러에 미치지 못한 광역자치단체는 대구가 유일하다.

몇년전 국내 한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도시 경쟁력 순위에서도 세계 30개 도시 중 서울이 19위, 대전 25위, 인천 26위, 광주 28위, 부산 29위, 대구 30위로 나타났다.

이런 성적표의 이면에는 공단부지 협소 등 투자 유치를 위한 인프라 부족이 한 몫을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인들은 '공무원들의 반기업 정서'가 변하지 않는한 대구는 바뀔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에서 유망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한 기업인은 얼마전 대구시를 방문했다가 창피만 당했다고 했다.

공장을 증설 이전하기위해 지원을 요청했다가 "기업하는 분이 공짜를 좋아하는게 아니냐는 핀잔만 들었다"며 "다른 지방에서는 공장용지를 무상으로 지원해주겠다며 나서는데 대구는 너무 하는게 아니냐"고 씁쓸하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대구시의 김범일 정무부시장이 던진 한마디는 대구 공직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는 "섬유산업 부진에다 마땅한 공단도 없는 실정이어서 공무원들이 앞장서 뛰어야 하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지식과 소신 대신에 반기업 정서와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로 중무장한 공무원 탓에 대구의 미래가 깜깜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대구가 꼼작도 않고 머물러 있는 동안 경쟁 도시들은 공무원 사회가 주축이 돼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동북 아시아의 새로운 허브 항구로 성장하고 있는 부산이 대표적인 사례.

부산은 지금 '설치는 공무원'들의 활약 속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2002 월드컵의 조 추첨행사, 아시안게임에 이어 내년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잇따라 유치, 세계도시로 발돋움 하고 있는 것. 부산시가 이처럼 국제행사 유치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공무원들의 열의와 함께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있다.

국제협력과의 경우 전체 직원 25명 가운데 통역전문요원(계약직)이 7명, 외국인 직원이 일본.호주.베트남 등 4명이나 된다.

특히 APEC 정상회의는 행정조직 말단 공무원들의 열의가 없었더라면 유치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란 점에서 변변한 국제행사 한 번 없는 대구에 던지는 의미가 남다르다.

APEC 유치를 주도했던 부산시 국제협력과 김경덕(38) 사무관은 "처음에는 고향이 부산이라는 외교부 직원조차 부산에는 러브호텔뿐이지 제대로 된 호텔이 없다고 할 정도로 비관적이었다"며 "그러나 그때부터 동료직원들과 1년여 기간동안 휴일도 반납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보낸뒤 결국 대회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큰 국제행사는 서울에서 열려야한다는 상식을 깨뜨려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결국 일을 낸 것.

또 부산시는 지난 2000년 5월 '민간투자 촉진 조례'를 개정, 기업 이전비용의 5%에 해당하는 초기 정착비를 5억원 한도내에서 특별 지원하고 종업원 100명 미만의 수도권 기업이 이전해올 경우 시비로 용지매입비를 지원하는 등 투자 유치에도 총력전을 펴고 있다.

경기도도 외국인기업의 투자유치 확대를 위해 토지뿐 아니라 건축물에 대한 지원도 추진하고 있으며, 제주도는 국제 자유도시형 전문 공무원 양성을 위해 공무원 교육훈련 과정을 업그레이드하고 싱가포르 공무원교육원 위탁 교육 등에도 나서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도시 발전에 있어 공무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국제 물류도시와 금융도시의 자리를 선점, '외국기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경제 마인드로 구축된 정부와 공무원들이 원천이 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 싱가포르의 모든 정책은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관료 조직은 기업에 버금가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과 경제력을 급격히 키워가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의 성장 동력에는 공무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대구대 도시과학부 전영평(49) 교수는 "대구시가 비전을 갖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지만 구체적인 지원 제도와 조직을 갖추는게 시급하다"며 "또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새로운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변화된 모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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