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대구 관객'

대구 관객.

이 고유명사가 영화판에서 이제 하나의 보통명사가 되고 있다.

바로 '대구 관객'='지방관객'이라는 등식이다.

흥행영화의 경우 서울이 1이면 지방이 2다.

지방관객이 서울의 배가 넘는 것이다.

그러나 수작 혹은 예술영화는 그 반대다.

그래서 지방관객이라면 상업영화만 좋아하는 '그렇고 그런' 관객으로 치부된다.

대구가 그 '시금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대구 관객의 흥행영화 '편식'은 오래된 일이다.

한때 대구는 '성룡영화'의 본거지였다.

서울보다 먼저 개봉될 정도였다.

20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여전하다.

상업영화 '목포는 항구다'의 경우 대구가 지방 흥행 1위를 했다.

전국 흥행은 별로였지만, 대구에서 각광받으면서 제작사도 무척 고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대구가 꼴찌다.

'인어공주'는 최근 한국영화와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생각해 볼 것도 많고, 의미도 있는 작품이다.

'인어공주'를 상영하는 모 극장의 매니저는 "영화로 보면 스크린 수를 더 늘리고 싶지만 관객이 찾지 않아 할 수 없이 이번 주부터 극장수를 줄였다"고 했다.

"유독 왜 대구가?"라는 물음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고민을 해봐도 뾰족한 답이 없다.

"대구가 여러모로 힘드니까, 머리 식히자는 얘기겠죠"라고 얼버무린다.

영화를 대하는 보수적인 대구의 시선이나, 일로매진하는 우직한 성향 등도 있다.

대구가 지방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지방관객'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적잖이 속상한 일이다.

그러나 더 속상하는 것은 대구 관객이 그렇게 봐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 것이다.

대구 관객을 위해 제대로 시사회 한번 여는 영화가 없다.

관객이 잘 들어도 출연배우들이 '고맙다'며 팬사인회 제대로 하는 경우도 없다.

오더라도 부산가야 된다면서 5분 정도 무대에서 얼굴만 비치는 것이 고작이다.

말 그대로 '무대인사'다.

부산에 가서는 팬 사인회도 갖고 밥도 먹고 잠도 잔다.

돈과 인심 쓰는 종착역은 부산이고, 대구는 간이역인 셈이다.

그래도 대구는 상업영화만 좋아한다.

꼭 실없이 웃는 헤픈 누이를 보는 것 같아 짜증난다면 과한 표현일까.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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