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갈등의 굿판에 누가 춤추는가

최근 도처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한결같이 어두운 것뿐이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아이엠에프가 다시 도래했다느니 하는 온갖 소리가 들린다.

서민들의 애옥살이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증좌다.

사회 각 분야에서도 대립과 갈등으로 요란한 파열음이 터지고 있다.

관용과 타협은 없고 극악한 험구(險口)만이 횡행한다.

보혁(保革) 갈등과 세대 갈등을 넘어 온갖 집단이익이 표출, 대립하고 있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가 복잡다기화 했을까? 이 갈등과 대립은 모두가 차별과 소외를 어머니로 한 사생아들이다.

특히 아이엠에프 관리체제는 우리 사회의 기본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부유층은 더욱 떵떵거리며 살게 됐고 서민층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사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 빠져 로또 복권에 꿈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가계 부문만이 아니라 기업 부문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공룡'들은 무너졌지만 살아남은 대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예나 지금이나 곤궁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어떤가.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여야가 사생결단의 자세를 보이고 있고 이라크 파병 문제로 보혁이 날카롭게 각을 곧추세우고 있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가 양극단으로 치닫다보니 대립만 첨예화하고 있다.

특히 '참여 정부' 출범 이후 사회 각 분야 제 세력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를 놓고 야당과 언론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고 정부와 여당은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의도적인 왜곡과 발목잡기가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왜 꼬투리를 잡히는가. 개혁이 그처럼 쉬울 줄 알았는가. 아마추어리즘과 관료조직의 나태가 빚어낸 합작품은 아닌가.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굿판'에 왜 함께 장단을 맞추는가.

고교생들 사이에 '이런 한국 땅'이라는 제목으로 떠도는 인터넷 유언(流言)들을 보면 얼굴이 화끈해진다.

몇 가지만 보자. △암 사망률, 교통사고율 등 각종 '악덕 타이틀'에서 세계 3위권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유일한 종족 △조기영어 교육비 세계 1위를 지키면서 영어실력은 100위권 수준의 종족 △홍콩, 미국학생들도 SAT시험을 위해 한국을 찾는 세계 최고의 입시학원 경쟁력을 갖춘 종족 △아무리 큰 재앙이나 열 받는 일이 닥쳐도 1년 내에 잊어버리고 되풀이하는 '메멘토 종족' △'쓰레기'들이 나라를 이끌어 망할 듯 망할 듯 하면서도 안 망하는 엄청난 내구력의 종족.

단편적인 지적이지만 그른 말은 하나도 없다.

덧붙인다면 내부에서 우리끼리 치열하게 치고 받지만 외부로 눈을 돌린다면 모두 하찮은 주제가 된다.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지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사대(事大) 시비'까지 부르며 친미 발언을 했지만, 미국 내에서 한국의 위상은 여전히 '발가락 사이의 뭐'만도 못한 처지라는 게 중론이다.

미 의회의 이라크 보고서를 통해 부시 정권의 이라크침공 명분이 허구였다는 게 밝혀졌으나 미국민들의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은 조만간 시민권 취득 희망자를 대상으로 모국(母國)과 미국이 전쟁을 벌일 때 미국인으로서 참전의지를 물을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 단일 민족인 우리는 김선일을 버렸다.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국익이 있을까. 애국심이 생길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넘어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최고 기업' 삼성전자도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양산 기술은 뛰어나지만 핵심원천 기술이 없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각설하고 한국사회는 보수의 타락과 실패가 진보를 일으켜 세웠다.

따라서 대립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변신을 거부하는 수구를 제외한 나머지 합리적 보수마저 껴안지 못하는 진보는 포용력과 능력 부족을 지적받아야 한다.

진보 역시 부단한 자기 혁신이 없으면 보수가 된다.

'얼치기 진보'가 대립과 갈등을 부추긴다.

조영창(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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