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공포영화를 2편 봤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과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오멘'. 몇 번씩이나 본 영화지만 여전히 몸을 오싹하게 했다.
특히 잭 니콜슨이 도끼를 들고 아들을 죽이려고 따라가는 '샤이닝'의 마지막 장면과 '오멘'에서 신부가 피뢰침에 맞아 죽는 장면은 머리가 쭈뼛해졌다.
너무 더워 무심코 틀어 본 영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더위를 잊었던 것 같다.
왜 더울 때 공포영화를 보면 시원해질까.
공포영화를 보면 심장이 빨리 뛰고, 털이 곤두서고, 식은땀이 난다.
땀이 증발되면서 체온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더위보다 공포의 스트레스가 더 크기 때문에 잠시 무더위를 잊는 것이다.
'공포영화로 대구 폭염 죽이기'
극장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 연인과 함께 공포영화를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너무 더워 나다니기도 쉽지 않다.
'제발 더위만 가져가라' 식이라면 집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단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공포영화 한 편을 빌린다.
꼭 완성도 높은 좋은 작품일 필요는 없다.
공포영화라면 기본적으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
비디오가게 가기도 귀찮다면 케이블 TV도 괜찮다.
단 줄거리를 모르는 작품이면 좋다.
일단 불을 모두 끈다.
조명을 끄면 영화 속 몰입이 빠르다.
그리고 혼자라는 느낌으로 인해 폐쇄적 공포심이 일기 시작한다.
단, 연속극 방영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누가 문을 벌컥 열고 "'파리의 연인' 할 시간인데!"라면 분위기 다 깨진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면 OK!
볼륨을 높여라.
오디오가 죽으면 공포영화는 시체나 다름없다.
불길한 암시나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칼날은 모두 배경음악이나 음향효과로 처리된다.
볼륨이 낮으면 아무리 무서운 공포영화도 전혀 공포스럽지 않다.
아파트라면 헤드폰을 끼는 것이 좋다.
되도록이면 혼자서 보는 것이 좋다.
아니면 친구 하나 정도. 그러나 그 친구가 '파리의 연인' 팬이라서 아까 본 드라마 얘기를 불쑥불쑥 꺼내면 곤란하다.
대구는 덥고, 열대야는 길다.
불행히도 이 효과의 지속시간은 2시간. 그러나 잠을 이루지 못할 바에는 이 '극약처방'도 괜찮을 듯하다.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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