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경제회복 자신감이 먼저다

안동 땅에 가면 암울한 일제 시대에 살면서도 조국 광복의 희망을 끝까지 잃지 않았던 이육사의 시비가 두 개 있다.

'청포도'가 새겨진 시비는 도산서원을 지나 퇴계 이황의 종택을 거쳐 공민왕의 어머님이 피란왔었다는 왕모산성으로 가다가 고개를 넘어가면 오른쪽으로 낙동강이 보이는 길옆에 자리잡고 있다.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하는 시에는 청포를 입은 손님이 찾아오면 그를 맞아 두 손이 함뿍 젖더라도 그 포도를 따먹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쓰여 있다.

풍요롭고 평화로운 삶을 그리며 식민지 시대의 억압된 현실을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또 하나는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해도 천고의 뒤에 올 '백마 타고 오는 초인'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의지를 그린 '광야'가 새겨진 시비로 안동댐 민속마을 입구에 있다.

요즘 정치.사회적으로 이라크 파병, 행정수도 이전, 노사 갈등 등의 문제가 불거져 시끄러운 가운데, 발표되는 경제지표들마저 경제가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거시경제는 소비 감소와 설비투자 부진으로 지난 해 예상했던 수준보다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그나마 수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많은 분석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신용불량자가 경제활동인구 6명 중 1명꼴이란 통계자료가 말하듯이 빚이 늘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집집마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당장의 씀씀이를 줄이다 보니 소비가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대기업은 투자할 재원은 많지만,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돈을 계속 벌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해 줄지 확신이 없고, 그렇다고 달리 투자할 사업도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있는 돈을 굴리기 주저하다 보니 설비 투자가 부진하다.

이렇게 내수가 부진하다 보니 중소기업들의 사업도 점점 어려워지고 돈을 잘 벌지 못하니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활동은 사람들의 심리에 좌우되는 바가 크지만 심리의 변화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예컨대 3년전 일본 고이즈미 내각이 들어설 때 국민들이 가장 바라던 바는 경제를 살리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그 경기가 회복되고 10년이 넘는 장기 침체를 벗어나기 시작하려는 지금 고이즈미 내각의 자민당은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내각이 들어설 때처럼 큰 승리는 거두지 못했다.

과거 영국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나라를 지키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보수당의 처칠 수상이 전쟁이 끝나고 치러진 선거에서는 노동당에게 패하였다.

패배의 원인이야 많겠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과거에 무슨 일을 했고 얼마만큼의 실적을 쌓았는가 하는 것보다 앞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낳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려울 때는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한 마디 말이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된다.

요즘처럼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북돋워주고 꿈을 실어주는 한 마디가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데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해왕 전 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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