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포기 살포시 터진 연꽃 봉오리의 마알간 미소가 싱그럽다.
열화와 같은 삼복 더위를 이겨내고 영근 속살을 세상에 내어보이는 연(蓮)의 개화는 8월의 또다른 진풍경. 넓적한 잎사귀에 묻혀 아직 청초한 자태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수줍은 여인네 몸짓마냥 긴 대롱끝에 살짝 꽃을 맺은 연꽃의 은은함은 숨기기가 힘들다.
옛 선인들이 '군자의 꽃'으로 애칭했던 연꽃. '진흙 속에 뿌리 내리고 있으면서도 그 진흙에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잔물결에 씻기우면서도 요염하지 아니하다'라고 했던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렴계의 문장처럼 연(蓮)은 아무리 더러운 연못에서도 고결한 자태의 꽃을 피운다.
태생의 불행에도 때묻지 않는 순결한 연꽃의 모습에서 돈과 권력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인간의 얼굴이 겹쳐진다.
연(蓮)은 불화(佛花)다.
석가모니는 연꽃을 비유로 들어 자주 설법했다.
첫째가 처렴상정(處染常淨)이요, 둘째가 화과동시(花果同時)요, 셋째가 그 모습 때문이었다고 전한다.
깨끗한 물에 살지 않으면서도 그 더러움이 조금도 자신의 꽃이나 잎에 묻지 않는 것처럼 불자들도 세속의 더러움에 물들지 말라는 것이 처렴상정이요, 연꽃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를 맺는데 그 관계가 인과(因果)라 중생들도 그 도리를 깨우치라는 것이 화과동시다.
또한 연꽃의 봉오리가 마치 합장하고 서 있는 모습과 같아 부처는 이를 자주 인용했다.
결국 연꽃은 깨닫음을 얻은 부처의 모습이자 빛과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매개물이다.
연꽃은 웬만한 연못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저수지가 발달한 경산과 청도 일대는 연향(蓮鄕)이다.
대구 인근의 연꽃명소인 '유호 연지(蓮池'일명 유등연지)'. 청도팔경의 하나인 청도 화양읍 유등리의 유등연지는 지금 한창 연분홍빛 홍련 세상이다.
2만여평의 연못 한가운데를 빼고는 수면이 보이질 않을 만큼 연잎들이 빼곡히 들어차 발길을 붙든다.
군자정(君子停)에 오르면 연화장장엄세계(蓮華藏莊嚴世界)가 펼쳐진다.
드문드문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의 한가로운 모습. '무오사화'때 유배된 이주 선생의 동생 이육이 은거하며 못을 넓히고 연꽃을 심으면서 연꽃 명소로 이름을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창에서 팔조령 터널을 지나 계속 직진하면 양원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유등리 방향으로 좌회전, 2km 가량을 달리면 오른편에 유호연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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