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드 대란'이 국민 탓이라니

"신용카드 대란의 1차 책임은 카드사용자에게 있다"는 전윤철 감사원장의 발언은 국민을 당혹케한다.

시쳇말로 정부는 '바담 풍'이라 해도 국민은 '바람 풍'으로 바르게 읽으라는 요구가 아닌가. 경제정책의 잘잘못을 가려내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야할 감사원장으로서는 너무나 '무책임한' 발언이다.

정책의 잘못보다는 국민 개개인을 탓하는 듯한 발상은 무슨 의도인가. '잘되면 내 탓이요, 잘못되면 국민 탓'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전 감사원장은 29일 국회 법사위에 카드특감 결과를 보고하면서 카드대란 발생의 원인으로 국민들의 자기 분수를 넘어선 카드 사용과 카드사간의 무한경쟁, 금융감독 책임자의 미흡한 조치 등 3가지를 들었다.

정부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잘못된 정책을 이처럼 국민 탓으로 돌린다면 경제정책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해주고 그것도 모자라 한사람 당 4,5장씩 대량으로 발급토록 한 것은 '돈을 써라'는 부추김 아닌가. 국민에게 죄가 있다면 정부의 정책에 너무나 잘 호응했다는 죄 뿐이다.

원인 제공은 누가 해놓고 이제와서 사용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병주고 약주는 꼴'이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경제팀에서 오히려 국민을 탓하는 '홍두깨'같은 발언이 자주 나오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견실한 성장을 하려면 국민 모두가 일은 더하고 욕구는 줄여야 한다"고 했다.

정책 방향은 분명 일은 적게 하면서 개인의 목소리는 높이는 쪽으로 가고있는데 국민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요구하고있으니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이제 경제도 잘못되면 '국민 탓'인가. 혈세(血稅)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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