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연구실 서가의 적잖은 공간은 문예잡지들로 차 있다. 한국근대비평사를 전공하다 보니 일제 시대와 해방기 및 50년대, 60년대 문예 관련 잡지를 텍스트로 삼는 것은 필수적이었고, 현장 평론가로서 활동을 하려고 하니 동시대에 발간되는 문예지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처음으로 문예지를 구입한 것은 1973년 10월 '문학사상' 창간호부터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경제 사정상 학부시절에는 큰 욕심을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 돈을 벌면서부터 웬만하면 당시 출간된 문예지는 빠뜨리지 않았다. 이십여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보니 가장 성가신 것이 바로 이러한 잡지들이었다. 눈 딱 감고 버리고 싶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용이 충실한 몇몇 문예지들은 나의 문학공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문학에 대한 야망과 꿈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반면에 열등의식과 내 자신의 초라함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할 때도 있었다. 몇 권의 유명한 문학이론서들보다, 문예지에 실려 있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시각들을 만날 때면 내 가슴은 더욱 뭉클해졌다. 문예지의 매력은 그런데 있었다.
하지만 매달 혹은 계절마다 정기적으로 간행되는 것들이기에 거의 읽지 않고 그대로 꽂아 두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지나간 문예잡지들은 쓸데없이 내 연구실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때부터 줄이자, 버리자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많이 줄이기는 했지만 아직 버리지는 못하고 내 욕망의 징표인 양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는 형편이다. 그것들을 과감히 버릴 수 있을 때 나는 지금보다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 아직 내 연구실의 문예지들은 계륵(鷄肋)과 같다.
신재기(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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