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장기 기록을 세우고 있는 대구지하철 파업사태에 대해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하지만 대구시는 고민이 적지않다.
'자율과 책임'을 특히 강조해 온 조해녕 대구시장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크지 않기 때문. 주요 쟁점이 생길 때마다 시가 나설 경우 공기업인 지하철공사의 자율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 시장은 "시가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서 노사의 자율적인 해결을 존중않고 개입하면 시와 노사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며 시의 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손동식 지하철공사 사장도 "노사간 질서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맞다"며 자율적인 해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노조측과 일부 사회단체 등에서는 파업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측 한 관계자는 "공사측과의 협상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는 만큼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책임있는 시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시에서 방관하면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시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상반된 입장과 관계없이 이번 파업사태와 관련, 시는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매년 수백억원의 시민 세금을 지원하면서도 '나 홀로' 파업에 속수무책이기 때문.
시는 구조조정이나 주 40시간 근무제 등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는 주요 쟁점에 대해 노조를 설득하고,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특히 대구시는 이번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조차도 대구지하철공사에서 얻지 못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대구시가 산하 기관인 공사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해도 공사측이 거부, 수모를 겪고 불완전한 통계로 혼선을 빚기도 한 것. 대구지하철공사에 대한 예산권과 주요 사안들의 승인권을 가진 시로서는 체면을 크게 구긴 셈이다.
반면에 서울시는 서울지하철 파업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임금 등 민감한 자료를 재빨리 공개, 대구시와 대조를 이뤘다.
대구시의 한 간부는 "파업에 대비, 시가 충분한 자료들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공사측이 시의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자료제공이나 공개를 않아도 공사측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시의 또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의 경영진측이 노조측과 어떤 식으로 일을 했으며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등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면서 이번 사태는 그런 상황들이 겹쳐 빚어지게 된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 때문에 파업이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대구시가 공사에 대해 정밀 분석해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어 파업뒤 시의 조치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업무 외주용역(아웃소싱)과 조직개편 등 이번 파업사태의 첨예한 쟁점들에 대해서도, 노사 양측이 충분한 접촉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게끔 대구시가 과연 적절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최장기 파업사태는 대구지하철공사의 노사 양측은 물론 대구시에 대해서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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