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떠나고 싶었다.
이 나이에 배낭여행은 힘들겠지 하면서도 용맹을 부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8월초 정확히는 8월 6일이다.
카메라 2대와 필름을, 그리고 옷가지를 배낭에 챙겨 넣었다.
목적지는 더운 나라 베트남. 막연히 떠오르는 친밀감을 가지고 첫 배낭여행지로 베트남을 정한 것이다.
서둘러 비행기에 오르니 거의 낯익은 우리네 사람들이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야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궁금해 하는 베트남 이야기들이다.
어느덧 목적지에 다달아 비행기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펼쳐지는 호치민시의 경관은 우리네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숨막히는 더위 대구 연상
입국장은 승객으로 꽉 메워져 혼잡스럽고 숨통이 막힐 지경이었다.
난생 처음 겪는 배낭여행이라 긴장된 마음이 온몸을 짓눌렀다.
입국수속이 왜 그렇게 느린지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앞섰다.
공항 밖은 요즘 대구 기온처럼 숨이 막혔다.
그리고 온통 시장바닥처럼 시끌벅적했다.
택시며, 오토바이의 기사들의 호객 소리와 몸짓에 어리둥절했다.
택시에 올라 숙소의 주소를 내밀었다.
알겠다는 응답이다.
그리고 몸짓 반, 언어 반으로 의사는 통하는 것으로 짐작되었다.
처음 보는 호치민 거리는 온통 오토바이 물결이다.
긴장을 늦추고 나니 배가 허전했다.
가져간 미숫가루랑 인스턴트 수프로 저녁을 해결하고 낯선 이국의 밤거리를 거닐어 보기로 하였다.
밤거리는 생각보다 자유분방하고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은 오랜 기간 전쟁에 시달려온 흔적을 감추어 버리고 풍요로운 문화의 나라라는 느낌을 주었다.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밤거리의 모습은 자본주의는 더 이상 부정정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길거리의 카페와 공원은 온통 먹을거리 장사꾼으로, 또 젊은 남녀들의 속삭임 장소로 자유와 평화, 활기찬 자유경쟁의 삶이 표출되는 곳이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왁자지껄한 길거리 카페에서 맥주 한 잔으로 마른 목을 축이기로 했다.
자리에 앉으니 꼬마같이 보이는 베트남 아가씨가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머거리하다가 맥주 하나를 청했다.
물수건, 얼음이 가득 담긴 투박한 유리컵, 맥주 하나를 가져다 주었다.
더우니까 얼음 컵에 물을 부어 마시라는 것으로 알고 물을 청했다.
생수 한 병이다.
생수를 부으려는데 아가씨가 만류했다 맥주를 부으라는 것이다.
말은 안 통하고 멍청하게 있으니 맥주를 얼음 컵에 붓고 있었다.
*얼음물에 맥주 부어 갈증 씻고
얼음물에 맥주를 부어 마시는 것은 난생 처음이고 이곳 음료 문화를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 쑥스럽기도 했다.
둘러보니 다른 이들도 모두 얼음컵에 맥주를 부어 마시는 것이었다.
한 모금 마시니 그런대로 술맛은 있었다.
혼자 생각에 더운 나라니까 많이 취하지 말고 많은 수분을 몸속에 저장하라는 의미로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다.
맞는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아가씨가 어려 보여 몇 살이냐고 물으니 24세란다.
15, 16세의 어린애로 보였다.
풍토가 달라 모습과 나이가 차이가 나는구나하고 입속에만 담았다.
맥주 두 병을 마시는 동안에도 옆자리 젊은 남녀는 서로 뒤엉킨 채 음료수 한 잔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음료수는 뒷전이고 사랑나눔이 우선이니까….
맥주 맛인지 얼음물 맛인지 느낌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수건 값, 생수 값, 그리고 맥주 값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생소한 음식문화를 처음 맛보는 순간 이제껏 너무 좁은 세상에 살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마음에 혼자 피식 웃었다.
여행사에 들러 내일 아침 메콩 델타(삼각주)행 버스 예약을 한 후 호기심이 점점 짙어가는 베트남의 첫날 밤을 맞이했다.
▧필자.약력
△1937년 대구생 △전 계명대 경영학부 교수.경영학박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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