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에너지 개발에 집중할 때 '시너'가 불티나게 팔린다
석유전쟁이 본격적화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나, 러시아가 체첸의 독립요구를 무력으로 가혹하게 진압하는 것 등이 모두 석유쟁탈전이다. 작은 섬지역들에 대해서도 전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가스와 석유의 징후를 보이자 주변국들이 각자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토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석유가 생산되는 지역, 생산될 가능성만 보여도 강대국들은 그 영유권분쟁에 개입한다. 석유자원은 유한하고, 그것도 수명이 그리 길지 못하기 때문에 각 국가들은 풍력, 해류, 태양열 등의 대체에너지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에너지 절약형 기기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에는 그리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 '청정에너지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원전은 안전성, 환경성 등을 차치하더라도 '사회적 비용'이 비싸 비경제적이다. 원전해체비용과 핵폐기물 유지관리비만 해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에너지 고갈시대에 원전 추가건설은 대안이 되지 못하고 새에너지원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풍력, 태양 등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매년 20%이상 높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1년 5%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일관성 있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정권 따라 우왕좌왕해서는 이뤄지기 어렵다.
경북도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부응해서 내년도부터 청정에너지 개발과 에너지의 합리적 이용 및 절약을 위해서 상당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포항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고, 대체에너지의 교육과 홍보를 위해 의성군에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하고, 상주시에 경천대 관광지와 연계한 태양광에너지 시범공원을 조성하고,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되는 폐열회수이용시설을 경산시에 건설하는 등 7개 사업에 123억원을 투입하기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에너지의 합리적 이용과 절약을 위한 총 8개사업에 133억원을 내년에 투입하고, 동해안의 풍력을 이용한 풍력발전기를 포항 울진에 설치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경북도가 1999년에 국비 10억원과 도비 3억5천만원을 들여 울릉도 북면 현포리에 풍력발전기 1기를 세웠는데 가동 20일만에 중단됐다.
석유사업법 개정에 따라 유사 석유제품의 유통이 전면 금지되었음에도 시중에서는 여전히 성업. 휘발유가격(44달러)이 천정을 모르고 치솟으면서 고유가 부담에 못 이겨 유사휘발유를 찾게 되는 서민들도 딱하지만 단속법까지 마련했으면서 확실한 단속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당국의 미적지근한 자세가 더 문제다. 최근들어 유사휘발유에서 '시너'로 바뀌고 있다.
유사휘발유의 경우 보관만으로도 처벌을 받지만 시너는 판매업자가 자동차에 직접 넣어주지만 않으면 처벌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페인트가게에 쌓여 있는 상품은 페인트가 아닌 시너(소부.에나멜)가 대부분. 아파트나 주택가에 세워 둔 자동차에는 '08시부터 24시까지 배달 가능' '주유세정제 무료증정'등과 시너의 가격이 적힌 명함크기의 전단지가 몇 장씩 꽂혀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빈 시너통을 쉽게 발견할 수있다. 담뱃불이나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의한 화재는 물론 연쇄폭발위험까지 예상된다. 개정된 석유사업법에 의하면 유사휘발유 판매업자만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역시 5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하게 되어 있다. 이 정도면 유사휘발유 사용을 꿈도 꾸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처벌강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물렁한 단속이다. 시너의 경우는 종전부터 유사휘발유 행세를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까닭에 내놓고 판매하는 양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시너의 경우 인터넷에 들어가면 차종에 맞는 품종을 소개한 사이트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시중에서는 시너와 기막히게 궁합이 잘 맞는 차종이 있다는 말도 떠돈다. 법은 있으되 법이 무시되고, 준법하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가계의 형편으로는 1리터에 천원도 안 되는 시너를 놔두고 1400원대의 휘발유를 넣기 위해서는 상당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엄청난 특소세의 일부라도 내려서 살인적인 고유가의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시너나 유사휘발유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까지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그야말로 발본색원해주기 바란다.
이강문/대구경제복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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