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지구 최후의 날

지구는 오히려 평안하다

인간들이 모두 외출해버린 땅 위에

풀과 나무들 짐승들이 정답게 어울리고 있다

넘치도록 다사로운

햇살 아래 졸고 있는 미풍

옛 책에 이르기를

하나님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남진우 '지구 최후의 날'

정답게 어울리는 삶의 풍경은 아름답다.

풀과 나무와 짐승과 미풍은 서열이 없고 높낮이가 없고 오만과 불손함이 없다.

평등과 존중은 평화와 평안을 내장한 아름다운 삶의 전제 조건일 터. 이라니 인간이 문제이고 문명이란 이름의 정복과 착취, 그 병적 욕망이 문제이다.

왜 시인은 인간 최후의 날이라고 쓰지 않고 지구 최후의 날이라고 썼을까? 무의식중에 드러내는 저 인간의 오만불손!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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