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에 싼 책 보퉁이 속의 빈 도시락을 딸랑거리며 방과 후 내닫던 시골 마을 앞 냇가. 까맣게 탄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친구들과 함께 했던 천렵의 추억.
아이들이 송사리 몇 마리에 환호하는 천렵이었다면, 바쁜 농사일을 끝내고 한숨 돌리던 이맘 때 어른들의 천렵은 좀 더 조직적(?)이었다. 커다란 솥에 된장, 고추장 등 갖은 채소를 준비하고 그물을 둘러맨 채 물 좋은 자리를 찾아 하루를 즐겼다.
기름종개(지름쟁이), 탕갈래, 뿌구리 등 그 이름도 친숙한 고기로 끓인 매운탕. 시골서 자란 사람들에겐 고향의 맛이요, 추억의 맛이다. 여전히 덥다. 잊었던 맛을 찾아 떠나보자.
★물회
'24시간 냉장 숙성시킨 별미육수에 말아 먹는 광어·도다리 물회가 첫 맛은 시원하고 뒷맛은 매콤, 새콤해 여름에 먹는 느낌이 좋다.'
수성구 범어 3동 법원 맞은 편 골목 안에 있는 물회전문점인 '울릉도 신(辛)물회'. 주인 김기택씨가 개업 전 무료시식을 통해 맛 검증을 거친 물회를 내놓고 있다. 이 집은 다른 곳처럼 초고추장에 얼음을 띄운 맹물로 물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물회용 육수를 따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과일과 야채 등 8가지에 고추장과 매운 청량고추, 그리고 다시마를 우려낸 물로 만든 이 집 물회육수는 하루간의 냉장숙성으로 살얼음 상태로 손님상에 낸다. 그리고 회와 섞어 먹는 동안 살얼음이 녹으면서 시원한 맛을 계속 유지하는 게 이 곳 물회의 특징이다. 또한 채로 썬 배와 오이, 미역의 아삭거리는 맛과 잘게 썬 해삼의 오도독거리는 맛이 다른 곳 물회와 차별을 보인다.
"육수를 웰빙개념에 맞춰 별도로 물회국물을 만들게 됐는데 무엇보다 시원한 맛이 더위를 이기는 메뉴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공기밥이 싫으면 소반에 배, 오이채와 더불어 나오는 국수나 냉면을 주문해 물회국수나 물회냉면으로 먹어도 좋다. 갓 잡은 활어의 맛도 고소하며 여름엔 식초를 조금 넉넉히 넣으면 새콤한 맛이 입맛을 당기게 한다.
식초는 살균작용도 한다. 화끈하게 매운 맛을 즐기려면 아주 잘게 썬 청량고추를 타서 먹어도 좋다. 입안에서 씹히는 맛이 혀를 얼얼하게 맵게 만든다. 물회 7천원. 특물회, 해삼물회 1만원.
문의:053)746-4000
★민물잡어 매운탕
건천IC에서 우회전 해 20번국도를 따라 15분정도 가면 나오는 경주시 산내면. 이곳 면소재지 농협 바로 옆에 10여 년째 민물잡어 매운탕으로 경주, 울산 등지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현일식당'. 산내면이 고향인 주인 최현길씨가 운문댐 상류(동창천 최상류)에서 통발로 민물고기를 잡고 부인이 예전 집에서 해먹던 그대로 매운탕을 끓여내는 집이다.
기름종개, 탕갈래, 꺽지에 은어, 메기도 들어간 이 집 매운탕은 매콤하면서도 달작지근한 게 특징이다. 잘 익은 민물고기 살맛은 담백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쫀득하다. 작은 고기를 뼈째 꼭꼭 씹으면 고소하기까지 하다.
"특별한 양념비법은 없고 물과 고기 본래의 맛이 우리 집 매운탕 맛을 만듭니다."
예부터 산내면 민물고기는 맛있기로 소문이 났고 물맛도 좋았다는 주인의 귀띔이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끓는 물에 손질한 고기를 넣고 감자, 무, 양파, 대파를 첨가해 10여분 끓이는 것이 부인의 몫이다.
단, 이 집에선 고추장을 일절 쓰지 않고 태양초 고춧가루만으로 매운 맛을 낸다. 민물고기 특유의 해금내도 없다. 통발을 치는 강바닥이 작은 자갈로 깔려 있어 고기들이 모두 깨끗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린 맛 제거를 위해 산초가루와 집 된장을 조금 풀어 넣은 것이 맛 비결의 전부다.
운문댐이 생긴 이후 고기가 늘어 난 것 같다는 최씨는 "그래서 인지 요즘엔 은어가 많이 잡힌다"고 말했다. 상차림은 끓는 매운탕 뚝배기에 밥과 함께 국수사리를 내놓는다. 밑반찬도 콩잎 장아찌 같은 토속적인 반찬이 대부분이다. 1인분 8천원. 자연산 추어탕은 5천원. 문의:054)751-5106
우문기기자 pody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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