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의미=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은 양심이다.
양심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여기서 비롯된 병역 거부에 대한 시각도 정립될 수 있다.
양심은 예로부터 보편적 인간 내면의 소리로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도덕성으로 간주돼왔다.
그러나 오늘날 양심의 보편성은 부정되고 있다.
보편적 인간이 아니라 개인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원천이 되는 내면의 소리로 이해된다.
따라서 외부의 강제력에 의해 양심이 억압되거나 양심에 반한 행위가 강제될 경우 개인은 인격과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국내 병역 거부의 역사=기록에 따르면 병역 거부로 처벌받은 최초의 기록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이다.
일본은 그해 1월 2명의 여호와의 증인 청년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선언하자 투옥했다.
6월에는 일본, 대만에 이어 조선에서도 여호와의 증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가 단행돼 38명이 투옥됐다.
이 가운데 5명은 옥사했고 나머지 33명은 해방이 되고 나서야 옥문을 나섰다.
암울한 군사독재 시절인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엄청난 탄압이 계속됐다.
병역을 거부해 징역을 살고 나오는 즉시 징집영장을 발부해 총을 주고, 다시 거부하면 재판에 회부하는 악랄한 방식이 자행됐다.
1976년 3월에는 헌병대 감옥에서 경남 거제 출신의 이춘길이라는 청년이 구타로 사망했으며 김종식이라는 청년도 논산훈련소에서 맞아죽었다.
민변에 따르면 지난2월 현재 전국 교도소에 수감중인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521명이며, 일제 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병역 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1만여명에 이른다.
▲병역 거부자의 날=스승의 날인 5월15일은 병역 거부자의 날이기도 하다.
1981년 세계병역거부자회의에 의해 시작됐다.
이날에는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탄압이 심한 특정 국가 혹은 지역에서 국제적인 모임과 공동 행동이 진행되며 각 국가별로도 다양한 행동이 벌어진다.
국내에서는 병역거부 운동 자체가 늦게 시작돼 지난해 처음 행사가 열렸다.
올해 5월15일 행사에서는 파병계획 철회, 병역 거부권 인정 대체복무제 도입, 칠레 및 라틴아메리카 병역거부 인정 등 세 가지가 주장됐다.▲자연법과 실정법 사상에 비춰본 병역 거부=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찬반 논란은 근원적으로 살핀다면 자연법 사상과 실정법 사상의 대립으로 볼 수 있다.
찬성 쪽은 천부인권의 절대성을 내세우는 자연법 사상으로 인간의 권리에 초점을 맞춘다.
자연법은 시대와 지역에 관계없이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법을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와 법질서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며, 양심적 병역 거부도 인권의 문제인 만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쪽에서는 기본권과 상충된다고 해도 국가질서나 법체계 유지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근거가 취약한 자연법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효력을 인정받는 실정법을 통해 오히려 다수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복무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국가질서와 안보 유지도 어렵다고 강조한다.
역사를 통해 살펴본다면 자연법과 실정법은 때로 충돌하고 때로 방향을 같이 하면서 공존해왔다.
병역 거부에 대해서도 이런 조화와 절충이 필요하고, 대체복무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차원에서 요구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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