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발전 공무원에 달렸다-(7.끝)과제

대구 미래 설계의 주역 자기혁신 급하다

대구 공무원들은 감사원이나 행정자치부 등 외부 감사에서 지적받는 경우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규정에만 얽매여 '별 탈없이' 소극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21세기 무한 경쟁시대는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바뀌는 상황에 '그냥 그렇게' 적응해 나가는 수준의 변화로는 살아 남을 수 없다.

참신한 사고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토대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획해야 한다.

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지금, 대구를 설계해 나가야 할 공무원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걸림돌과 디딤돌

공무원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대표적 엘리트집단의 하나다.

적어도 80년대까지는 경제개발과 근대화의 주역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관료집단은 한국호(號) 전진에 걸림돌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과거와 달리 세계도 이제는 우리 공무원의 경쟁력을 그리 높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펴낸 '세계 기업경쟁력(MICI) 보고서'에서 한국 공무원의 자질은 80개국 중 24위에 그쳤다.

이런 한국에서도 대구 관료사회는 가장 효율적이지 못한 조직이란 비난에 직면해 있다.

총 외자유치가 전국 유일하게 5억달러에도 못 미치고 1인당 국내총생산(GRDP) 역시 수년째 꼴찌를 헤매고 있는데도 책임을 통감하는 공무원은 거의 전무한 실정.

대구 공무원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보수성'으로 대변되는 대구의 정서를 빼놓을 수 없다.

보수적인 조직은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뒤처지게 마련이다.

더욱이 1만명이 넘는 대구시의 공무원 가운데 95%이상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고 교육받았다는 점은 오히려 큰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되면 자연히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학연과 지연 등이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구에는 '튀는 공무원'이 없다는 이야기도 많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관행에 어긋난다며 비난하기 일쑤고 자존심만 내세워 고개 숙일 줄 모르는 풍토 속에 '개혁'이 설 자리는 당연히 없다.

오죽하면 조해녕 대구시장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나설 정도일까라는 한탄도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홍승활(47) 대구시 능력개발 담당은 "외환위기 이후 몇년간 신규채용이 끊기면서 40대 이상 공무원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외부지역 출신 인사들이 대구를 찾도록 여건을 갖춰 나가는 한편 신규채용을 크게 늘릴 필요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대구 달라졌나

'차별화와 남다른 선택, 이것이 경쟁력입니다.

대구가 아껴둔 특별한 자리, 달성2차산업단지', '여기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주식회사 대구입니다.

'

얼마 전부터 매스컴과 공항, 동대구역 등 대구시내 곳곳에 내걸린 와이드 스크린을 통해 이같은 대구시의 광고를 접한 시민들은 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마치 민간기업들이 만든 듯한, 감각적인 광고카피가 놀라울 정도라는 것.

다행히 대구에도 조금씩 변화의 싹은 움트고 있다.

지난 6월 삼성SDI 간부 출신인 박형도(47)씨를 단장으로 영입, 투자유치단을 발족시킨데 이어 중국과의 교류확대에 발맞춰 아주협력팀을 신설하고 팀장도 외부 전문가를 채용할 계획이다.

시는 또 올해 처음으로 해외주재관 3명을 선발, 하반기 중 1년 임기로 미국.영국.일본에 파견할 예정이다.

특히 이들 주재관은 유학생 신분이 아니라 시청.컨벤션센터 등 현지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다.

시는 아울러 지역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학생 28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방학 기간 동안 지역기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토록 해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건축용 필름생산업체인 ㈜나노필름 이해욱(42) 대표는 "러시아.중국 출신 유학생이 통.번역 등 수출업무를 돕고 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며 "대구시가 오랜만에 기업들을 위한 참신한 제도를 마련한 것 같다"고 반기는 표정이었다.

이밖에 대구시는 인사 혁신을 통해 투자유치에 기여한 공무원에게 승진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하는 한편 지난 4월부터 경제관련 부서 사무관들을 지역 21개 외자투자기업 담당관으로 임명,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해주도록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은 과제

과거 공무원을 빗댄 '품질 낮은 정부미'에 대한 개혁론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만큼 식상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경쟁력 저하의 원인을 △순환보직제에 따른 전문성 부족 △경쟁시스템 부재로 인한 무사안일주의 △근무평점 획득수단으로 변질된 재교육 등을 꼽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래선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비능률적 업무처리와 선례를 답습하는 이중적인 잣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을 과감히 받아 들일 수 있는 조직문화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혁신은 이뤄질 수 없다.

대구 수성구청이 최근 펴냈던 '공무원, 이제 확 달라져야 한다'는 '공무원 자아비판서'가 화제가 됐던 것도 이같은 맥락. 수성구청 제갈진수 기획 담당은 "직원들 사이에 의식개혁 마인드가 확산되면서 조직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며 "직원대상의 아이디어 공모대회도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공채1기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던 황대현 달서구청장은 "과거와 행정환경이 달라진 만큼 공무원을 독려하는 방법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며 "위에서부터 지시하는 개혁이 아닌, 자발적으로 개혁의지를 갖도록 연역법적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공직사회의 경직성에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던 조해녕 대구시장도 최근 대구 공무원들의 변화를 독려하기 위해 10년 뒤의 한국을 다룬 책을 읽어 볼 것을 직원들에게 추천했다.

대구의 미래가 공무원들의 어깨에 달려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역의 경쟁력은 총체적인 시스템의 혁신에서 비롯된다.

또 이같은 시스템을 조직해내고 관리해나가는 실무 중심에는 바로 공무원이 서 있다.

시장을 비롯한 소수의 간부들이 명령을 내리면 획일적으로 따라가는 '오징어 모형'이 아니라 앞장서 시민과 기업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사진: 지난 5월 14일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대구시 구.군 과장 및 읍.면.동장 등 2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하기 좋은 도시 건설을 위한 워크숍'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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