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정치 ,쉽게 하자

정치를 너무 어렵게 하고 있다.

어려울 뿐 아니라 너무 딱딱하다.

쉽게 풀어갈 일을 어렵게 꼬다보니 국민이 바라는 정치와는 다른 길로만 가고 있다.

국민이 원치 않는 행로를 잡고 있는 탓에 국민을 편하게 해야 할 정치가 되레 국민을 머리 아프게 한다.

정치논리도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를 좌우하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고,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저자거리 삶의 지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많은 사람의 득실과 유불리를 따지다 보니 조금 복잡할 뿐인데도 우리 정치판은 삶의 지혜를 얕잡아본다.

'여야를 초월한 민생정치' 운운하면서도 딱딱하게 굳은 우리 정치환경은 여야를 항상 상대 당과 다른 길로만 가게 한다.

정치발전을 외치고는 있지만 여전히 싸움 잘하는 이가 유능하고 알아주는 정치인이 된다.

정치개혁의 화두를 쥐고 출발한 17대 국회들어서도 상대 당과의 현안토론이나 청문회에서 말빨 센 의원은 비록 초선이라도 대접을 받는다.

자연히 언론에도 자주 비치고 이름자를 알아주는 이가 늘어난다.

논쟁에 이겨 좋고, 이름을 널리 알리니 금상첨화라 하겠지만 그러다가 언제 공부하고 언제 나라일을 챙기나.

물 흐르듯 해야 할 정치를 왜 어렵게 할까. 미래에 대한 욕심때문일 수도 있고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자만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역사 바로세우기를 강조하면서도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는 때문이다.

게다가 개혁이란 화두에 지나치게 몰입한 탓이기도 하다.

개혁이란 말의 매력이야 더 말할 것도 없지만 개혁의 전제는 기존의 질서를 뒤엎는데 있다.

왕조시대에도 권력의 교체기엔 어김없이 개혁이 시대의 명제가 되곤 했지만 개혁의 외침이 강할수록 반발도 강하게 따라왔다.

당연히 기존질서에 순응하고 살아온 국민들은 어리둥절, 정치에 대한 불신만 쌓여간다.

민심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왜곡되고 강직된 정치행위는 곧바로 자멸을 가져온다는 교훈은 바로 얼마전 거대 야당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환호한 바로 그 순간 민심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너희가 왜?' 라며 궁지에 빠뜨리지 않았던가.

돌아선 민심에 의해 선택된 여당이나 민심의 반발을 경험한 야당이 일년도 채 안된 역사의 교훈을 잊어버린다면 이래서야 우리 정치가 언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나 '선진 정치개혁'의 구호도 좋지만 민심은 이념보다 생활이 우선이다.

얼굴도 모르고 어떻게 살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친일행적을 고백, 진실을 밝히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세우자는 요구는 생활에 지친 민초를 더욱 피곤하게 할 수 있다.

게다가 유신과 이후 이어진 독재의 시대를 과(過)만 있고 공(功)은 없는 시기로 평가하는 것은 당시 국가권력에 순응하고 살아온 국민들에게 민주화에 앞장서지 않았다는 열등감만 강요할 뿐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은 감동적인 유세는 장인의 사상시비에 휘말린 노무현 대통령이 "그럼 내가 내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였다.

장인의 전력때문에 자식낳고 미운정 고운정 들여가며 살아온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는 삶의 진실에서 비롯된 말 한마디는 사상문제로 인한 시비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이제는 정치개혁보다 정치 유연화에 시민운동의 초점이 옮겨져야 한다.

정치를 구호와 관념에서 해방시키지 않고서는 정치의 발전도 요원하고 국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피곤해진다.

우리 정치의 어깨에서 힘을 빼지 않으면 폭투의 파편이 날아 온다.

유권자가 우리 정치를 유연하게 만드는데 외면한다면 그 대가는 바로 우리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정치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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