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흑돼지·멧돼지 한집 살림

방목하자 신방 차리고, 잡종 새끼도 출산

멧돼지와 토종 흑돼지가 한집 살림을 차려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다람쥐 같이 등짝에 주룩주룩 줄무늬가 새겨진 새끼 돼지들은 어미 흑돼지의 젖을 빨며 쫄랑쫄랑 따라다니고, 수컷으로 보이는 멧돼지는 인근 야산을 어슬렁거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 같은 신기한 모습은 경남 합천군 쌍책면 오서리 지너리골 깊은 산골짝에 권두상(61.합천군 초계면)씨가 약 15년 전부터 흑돼지를 방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멧돼지 무리가 마을 인근까지 내려오고, 방목한 흑돼지가 야산을 돌아다니다 신방(?)을 차린 끝에 멧돼지도 흑돼지도 아닌 별종들이 태어난 것이다.

권씨는 지난 30여년간 이곳에서 수만평의 천수답을 바라보며 벼농사를 짓던 농사꾼이었다.

산골짝이라 농사도 시원찮고 정부 수매도 줄어들자 토종돼지와 염소.닭.개 등의 방목을 시작했다는 것. 권씨가 돼지를 돌보는 동안 부인은 경운기로 초계읍내를 돌며 식당의 잔반을 모아온다.

하루 한 번의 먹이로 배를 채운 돼지들은 종일토록 산속을 헤매고 다니며 멧돼지와도 사랑을 나눈다.

신기한 것은 멀리 달아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끼를 낳을 때쯤이면 신기하게도 주인집으로 돌아와 1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한두 마리씩의 반종이 태어난다는 것.

권씨는 "처음에는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멧돼지들이 암컷들을 찾아 자주 내려오는 것을 목격하고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권씨는 또 "덕분에 흑돼지 값보다 비싸게 팔려 수입도 짭짤하다"며 "흑돼지보다 쫄깃쫄깃한 맛이 알려지자 요즘은 미식가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며 싱글벙글이다.

현재 방목해 키우는 흑돼지는 대충 100여마리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주인도 정확한 수는 모른다.

멧돼지와 토종 흑돼지와의 한 살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신기해 하면서도 먼 발치서 어슬렁거리는 멧돼지를 발견하고는 기겁을 하고 하산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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