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노인이 평생 모은 재산인 2천만원을 어려운 노인들과 고아들에게 전했다.
지난 17일 안동시청 사회복지사무소 복지민원상담실에 모시 한복을 차려입은 한 노인이 찾아왔다.
이 노인은 "몸이 불편한 곳이 있어 상담하고 싶다"며 직원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노인은 면담 요청 때와 다르게 자신의 질병 때문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 처한 노인과 고아를 돕고싶다며 소개를 부탁했다.
"어떻게 도울 생각이냐"는 상담실 담당 직원의 물음에 "모아둔 1천만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담당자는 안동시내 노인과 고아들이 수용된 사회복지시설 2곳의 대표자를 소개했다.
이어 이 노인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머물다가 아무 말없이 자리를 떴다.
상담실 담당 직원은 얼떨떨했으나 이내 이 노인을 잊어 버렸다.
그러나 이 노인은 지난 27일 오전 상담실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열흘 전 약속을 지킨다며 수표 2장을 내놓았다.
처음 기부의사를 밝힌 1천만원의 2배인 2천만원이었다.
이 노인은 40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전국의 산야를 돌며 약초를 캐 생계를 꾸렸다고 했다.
또 약초를 사려는 사람들이 주는 대로 약초 값을 받았으나 워낙 수요가 많아 이 수입으로 6남매를 키워 모두 출가시켰다고 밝혔다.
이후 조금씩 모은 돈 가운데 자신의 장례비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모두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상담실 직원들이 시장명의의 감사패를 전하고 미담을 알리겠다고 했으나 이 노인은 나이만 90세라고 말하고 끝내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노인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평소 소신을 지키고 소외된 이웃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안동시청 박인숙 가정아동복지담당은 "할아버지의 삶의 자세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며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감동을 평생 잊을 수 없다" 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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