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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고댕, 지도 제작자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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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휘터커 지음/김소연 옮김

18세기 유럽 지식인 사회에서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지구가 완벽한 구형(球形)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당시 뉴튼 주의자들은 지구가 적도 부근이 약간 더 부푼 공 모양을 하고 있다고 믿은 반면, 데카르트 주의자들은 극지방 쪽으로 약간 길쭉한 구형이라고 맞섰다.

이 같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18세기 초 프랑스 과학자들과 스페인 군인 등 9명으로 구성된 탐험대가 남아메리카로 떠난다.

이들의 주 임무는 적도 지방에서의 위도 1도의 실제 길이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당시 남아메리카는 유럽인들에게 미지의 땅이었다.

8년 여 동안 탐험대는 안데스 산맥에서부터 아마존강에 이르기까지 남아메리카 깊숙한 곳을 누비며 식물과 광물을 조사하고 지도를 그렸다.

탐험대원인 28세의 프랑스인 장 고댕은 탐험 도중 만난 매력적인 페루의 스페인계 소녀 이사벨(당시 13세)과 결혼한다.

탐험대가 프랑스로 귀환한 뒤에도 장은 현지에 남아 사업을 벌이지만 거듭되는 실패로 프랑스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장은 아마존강 하류로 내려간 뒤 돌아와 이사벨과 아기를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먼저 떠난다.

장은 그러나 프랑스와 포르투갈 사이에 벌어진 정치적 알력 때문에 프랑스령인 기아나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남편이 돌아올 것으로 믿고 20년을 기다린 이사벨은 애지중지 키운 딸이 천연두로 죽자, 남편을 찾아 나선다.

아마존강과 밀림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던 그녀는 31명의 인디언 일꾼과 친척 등 41명의 대부대를 이끌고 4천800㎞의 먼 장정을 떠난다.

이 여행은 그러나 애초부터 무모한 것이었다.

나침반 하나 없이 떠난 일행은 안데스 산맥의 험한 협곡과 급류에서 고초를 겪고 해충과 독사, 들짐승이 우글거리는 밀림 속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 이사벨만 남기고 모두 죽는다.

두피 속에 구더기가 알을 낳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로 밀림 속을 헤매던 이사벨은 인디언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출돼 마침내 남편과 만나는데 성공한다.

'이사벨 고댕, 지도 제작자의 아내'는 서양 열강이 패권을 다투던 18세기 남아메리카를 무대로 벌어진 한 여인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 로버트 휘터커는 230년 전 이사벨이 지나간 길을 그대로 밟아보고 야생 아마존 정글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독특한 풍광을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치밀한 자료 수집과 사료 분석, 현장 답사를 통해 쓴 책을 읽다보면 마치 아마존 한가운데 있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또한 식민 패권을 다투던 유럽국가들의 정치적 알력과 과학계의 논쟁이 어떻게 오버랩됐는지, 정복 과정에서 잉카인 등 남미 원주민들이 얼마나 야만적으로 도살됐는지도 생생히 묘사돼 있다.

김해용기자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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