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엿보기-'규제 무풍지대' 케이블 폭력·섹스 점령

'베스트 섹스 에버, 여자 목욕탕, 매춘...' 비디오 대여점의 성인물 코너가 아니다.

케이블TV 인기 영화 채널의 심야 프로그램 제목이다.

1천100만 가입 가구를 자랑하는 케이블TV에 성적인 묘사와 폭력 등 자극성 짙은 프로그램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뾰족한 제재 수단이 없어 우려를 낳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올초부터 지난 8월말까지 케이블 TV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후 심의에서 적발된 사례는 무려 476건. 시청자 사과, 프로그램 중지 등 법정제재 조치를 취한 것만 233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심의 위반이 가장 많은 것은 간접광고로 174건에 이르렀고 성표현 89건, 심의미필 방송 광고는 82건을 차지했다.

방송윤리규정에 따르면 오후 1시~밤 10시(공휴일, 방학기간 오전 10시~밤 10시)는 청소년보호시간대로 규정돼 19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영화 등은 내보내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직접 심의에 지적되는 성애 영화만 피해 액션물을 집중 배치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 3일 이 시간대에는 '트랩트', '일단 뛰어', '브레이킹 더 웨이브', '네미시스4' 등 폭력성 짙은 영화들이 줄줄이 방송됐다.

이 같은 현상은 우선 프로그램공급사(Program Provider; PP)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방송위원회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채널을 형성하는 PP는 공식적으로 186개, 실질적으로 방송하고 있는 곳만 100여개가 넘는다.

반면 방송위원회는 고작 7명의 조사관이 심의를 담당하고 있다.

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개선 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케이블TV방송협회는 각종 윤리적 문제를 자율규제하겠다며 윤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난 2년여간 단 1건의 제재도 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반기 방송위원회에 접수된 케이블TV 관련 민원이 630건에 달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윤리위원회의 존재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장성현기자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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