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 도란 모여앉아 책을 읽는다.
소리내면 방해될까봐 모두모두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다.
" 경북 봉화군 소천초등학교 분천분교 5학년 김지영 학생이 자신들만의 소중한 꿈을 간직한 도서관을 노래한 시다.
이 산골 마을은 체육관도 영화관도 도서관도 그 흔한 PC방도 없는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분천분교 뒤뜰의 사택을 개조한 '옹달샘 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마을 안팎이 떠들썩해졌다.
10평 남짓한 작은 도서관이지만 학생들은 국립도서관도 부럽지 않다.
엄마 무릎 베고, 친구들과 떠들며 놀고, 공부할 수 있는 그들만의 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전교생은 4학급 22명, 유치원생 11명을 포함해 총 33명이다.
그러나 개관(4월28일) 이후 100일도 안 돼 하루 20여권, 한 달 평균 400여권의 도서가 대출되고 있다.
옹달샘 도서관은 10명의 학부모 일꾼들이 운영하고, 분교 부장교사와 학부모회장은 참견인으로 위촉돼 있다.
여러 단체와 길동무(후원회)를 통해 4천여권의 책을 준비했다.
앞으로 매달 20권 이상 새 책을 구입할 계획이다.
운영방식과 호칭도 특이하고 정겹다.
'돌봄이(시설관리), 쌈지(회계), 책지기(도서관리), 지킴이(당번), 만남이(내.외부연락), 참견인(자문위원)….'
지킴이 김유경(39)씨는 "아이들이 읍내에 있는 공공도서관까지 가자면 한 시간 걸리고, 2주에 한번 오는 이동도서관을 이용하는것도 불편해 학교와 학부모가 힘을 모아 도서관을 개관했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주 5일(월~금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금요일은 중·고생들을 위해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도서는 2개의 방에 문화, 예술, 철학, 사회, 역사, 교육, 말과글, 과학 등 분야별로 정리돼 있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찾는 문학 분야는 유아그림책, 어린이 그림책, 옛이야기, 동화, 동시, 소설, 산문, 시, 어린이문학으로 구분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김유경씨는 "처음엔 대부분 만화책만 빌려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책을 고르는 안목도 넓어진것 같고, 책을 읽는 양도 늘어난것 같다"고 말했다.
옹달샘 도서관이 운영하는 카페(http://cafe.daum.net/bookfriend0663)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후원자들과 졸업생, 출향 인사들까지 옹달샘 가족이 됐다.
인터넷 시설이 불편해 대부분 학교 컴퓨터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읽은 책의 독후감을 카페 독후감방에 올리고 있다.
버려진 개가 새 주인을 만날때 까지 고생하는 '순돌이 이야기'가 가장 감명 깊었다는 4학년 세울이는 "책 빌리기 편해서 좋고 친구들도 만날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6학년 조담이는 "무료한 시간을 책으로 대신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매달 한번씩 일꾼들이 만드는 옹달샘 소식지는 도서관, 마을, 학교 소식들을 소상히 전하고 있어 마을의 구심체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돌봄이 엄은자(39)씨는 "상근자가 있어야 4천여권에 이르는 도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 주부들이 농사짓고 살림하면서 도서관을 운영하자니 한계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의 문턱에서 찾아가본 옹달샘 도서관은 산골마을 사람들의 삶을 살찌우는 작지만 큰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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