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로야구 병역비리 충격...흥행 '찬물'

포스트시즌을 한달여 앞두고 터진 대형 병역비리 사건으로 한국 프로야구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LG 2군 선수 4명이 브로커와 연계돼 신체검사 과정에서 소변검사 조작 등으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3명이 구속된 데 이어 추가로 롯데와 SK소속의 주전급을 포함한 3명이 같은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삼성 등 다른 구단 선수들도 브로커가 갖고 있던 병역 기피자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져 병역비리 파동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이다.

과거에도 91년 정민태(당시 태평양), 99년 서용빈(LG) 등 몇차례 병역비리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파동은 지난 달 볼썽사나운 SK-삼성 선수간 그라운드 집단 난투극 추태와 정수근(롯데)의 심야 음주 운전과 폭행사건에 이어 또 한번 야구 열기 재점화에 찬물을 끼얹는 대형 악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삼성과 현대, 두산의 치열한 선두 다툼과 4∼6위에 차례로 늘어선 SK와 기아, LG가 2게임 범위 내에서 벌이는 피말리는 4강 티켓 경쟁으로 관중 동원을 기대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의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이상일 KBO 사무차장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편법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BO는 일단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민태와 서용빈의 경우에는 당시 규정이 없어 출장금지 등의 징계가 없었지만 KBO는 지난 해 규약 제147조에 '마약 및 품위손상 행위' 규정을 신설해 야구 외적인 사건으로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했을 경우 최고 영구제명까지 가할 수 있다.

전날까지 올해 전체 관중수(453경기 기준)가 212만1천233명(1일 평균 4천6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5만9천13명보다 무려 10%가 감소해 울상을 지어왔던 8개 구단도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팬들의 외면을 자초, 관중 감소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고 주전 선수가 비리에 연루된 일부 구단은 전력 누수와 선수들의 사기 저하도 뒤따를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금 상황으로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전력 누수는 아직 심각하지 않지만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팬들의 발길이 줄면서 그 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관중 동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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