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 보수신문으로 분류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분리실험은 한국이 국제적으로 지켜야할 세세한 의
무사항에 대한 과학자들의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한국측 입장을 전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한국내 움직임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자세히 소개했다.
신문은 이 문제를 다룬 대전발 인터넷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오는 13일 개막되
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 대표단을 급파하는 등 '우라늄 논란'에 따른 낙
진을 줄이기 위해 왕성한 외교 및 대외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은 IAEA 이사회가 사실에 기초해 균형잡힌 접근을 하길 바란다는 오
준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의 말을 소개하면서 "이번 건은 무기개발이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일환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사안일뿐"이라는 해명도 곁들였다.
신문은 또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이 문제의 실험은 학문적 호기심 차원에서
수행한 것으로, 생산된 우라늄 양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이와 관련, "약 1개월에 걸쳐 3차례 레이저를 활용한 농축실험이 진
행됐고 여기서 생산된 우라늄은 0.2g이며 농축도는 무기급에 필요한 80% 수준에 훨
씬 못미치는 평균 10%였다"고 말했다.
이어 장 소장은 자신이 이 실험을 승인했고 올 6월까지 한국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면서 그는 "이렇게 큰 문제로 확대될 줄 미처 생각지 못했다"고 털
어놨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올해 2월 발효된 강화된 IAEA의 핵안전협정에 따라 과학자들이 한국 정
부에 분리실험 사실을 보고했을때 해당 관리들이 매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고 장
소장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또 "과학자들이 핵 비확산과 관련된 의무사항을 제대로 숙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한국원자력연구소에는 갖춰져 있지 않다"고 장 소장이 말했다며 국제조약
등의 세부내용에 대한 과학자들의 무지로 이번 사태가 야기됐음을 시사했다.
장 소장은 "우리 직원들은 단지 과학자와 연구가로, 국제법엔 관심이 없는 사람
들"이라며 "과학자로서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지는 않지만 어쨌든 논란을 불러
일으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한국정부는 이 사안이 북한 및 이란 핵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다른 나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며 한 사례로 지난 8
월 중순 IAEA에 관련 사실을 보고하기 전에 미국에 먼저 설명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에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고 북한도 지금까
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이 사안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놓고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라는 한국 관리의 말을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한국 언론들은 일본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가 핵발전 연료를 확보하
기 위해 대규모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
다며 이런 상황에서 많은 한국인들은 자국의 우라늄 분리실험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
가 비판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한국은 19개의 원자로에 전력생산의 40%를 의존한다며 핵물질 농축 및 재처
리 프로그램 포기를 규정한 지난 92년의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이 핵 연료 자체생산
을 어렵게 만들어 한국에 상당한 비용부담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는 그러한 부담을 북한의 핵무기 개발 억제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로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핵 개발 주장을 하는 등 뻔뻔스럽게 비핵화
공동선언을 위반해 왔다"고 꼬집었다.
한편 신문은 미국 등 한국의 우방들은 한국이 실험사실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점
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일부 관리들은 사적인 견해로 한국 정부가 실험 사실을 너
무 늦게 공개한 것에 의심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특히 유럽의 한 서방 외교관 말을 빌어 한국 정부가 최소한 몇개 샘플의
농축도는 무기급에 근접했다고 IAEA에 보고했다며 한국 정부의 공식해명과는 다른
내용을 전하면서 IAEA 사찰관들이 정확한 농축도를 평가하기 위해 문제의 우라늄 일
부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신문은 정확한 농축도 평가실험은 통상 4∼6주가 걸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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