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속 수학이야기-논리로 알아보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민영은 때늦은 여름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지난 주 금요일 오후 5시 동대구역, 역은 언제나 바삐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경부선 하행 열차 KTX ○○○호에 올라탄 민영은 어디를 가는지 서두르는 사람들 틈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저 사람들은 무슨 일로 기차를 탔을까?' 그들은 들뜨기보다는 차분하게 다음 일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아마 휴가보다는 주말에 가족을 방문하거나 사업상의 일로 출장을 떠나는 사람들이겠지.' 민영은 생각했다.

새마을호와 달리 고속열차는 좌석이 마주보고 있었다.

절반은 기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좌석이 향해 있지만 나머지 반은 뒤로 달리는 것이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역방향으로 달리는 좌석에 앉은 민영은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마주 앉은 2명의 중년부인이 약간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마침내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맞은편에 있던 두 부인은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듯 다른 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세 가장들의 직업은 회계사, 한의사, 약사이고 그들의 이름은 이종철, 박상호, 김종민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지만 누가 회계사, 한의사, 약사인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박상호씨 부인은 치과의사인데 수입이 좋다네요. 김종민씨보다 더 낫다지 아마. 김종민씨는 요즘 어려운지 회계사 양반에게 빚이 1억이 있답니다."

"저런. 그런데 김종민씨 아들이 공부를 그렇게 잘한다네요."

"그래요? 재용이가 공부를 잘한다니 김종민씨가 힘이 나겠네요."

"예. 약사 양반 부인이 재용이 담임인데 기말고사에서 1등을 했다고 하더군요."

민영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세 가장의 직업과 부인의 직업까지 알게 된 것이 재미있어 피식 웃었다.

민영은 세 사람의 직업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야기 속의 정보는 아주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정보에 초점을 맞추면 아주 단순해진다.

먼저, 약사의 아내는 교사이다.

박상호씨의 부인은 치과의사라고 했기 때문에 박상호씨는 약사가 아니다.

또 김종민씨 아들의 담임이 약사의 아내이므로 김종민씨의 아내는 교사가 아니다.

따라서 남은 1명인 이종철씨의 아내가 교사이고 본인은 약사이며 회계사에게 1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종철 박상호 김종민

회계사 한의사 약 사

남은 사람은 박상호, 김종민 두 사람이며 각각 회계사와 한의사 중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김종민씨가 회계사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했으므로 박상호씨가 회계사이고 김종민씨는 한의사이다.

문제 상황에서 긍정적인 정보나 부정적인 정보를 이용하여 사실을 짐작하는 것을 수학에서 논리라고 한다.

생활 속에서의 정보를 이용하여 추측하기를 잘 하는 사람은 수학 논리력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서찬숙(대구영선초등 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