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 남성들은 이상적 배우자감으로 여기고 여대생들은 닮고 싶은 인물로 꼽는 TV 뉴스의 여성 앵커. 그러나 이들은 뿌리깊은 남성 우월주의와 외모 지상주의에 시달리고 있으며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한 채 일에 매달린다.
김훈순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와 이규원 KBS 아나운서실 차장은 지상파 TV 3사와 YTN의 여성 앵커 13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TV 뉴스 여성 앵커들의 직업 인식과 방송사 조직의 성차별적 관행' 을 조사했다.
여성 앵커들이 가장 먼저 문제점으로 꼽는 것은 선발과정의 불투명성. 1980년대 초까지는 여성 앵커가 최고 경영자에 의해 발탁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80년대 중반 이후 사내 오디션을 통해 보도국과 회사 간부들의 투표로 적임자를 선정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처음에는 아침 종합뉴스 생활정보 코너를 진행하다가 7개월 뒤 주말 9시 뉴스로 이동했다.
2년 뒤 평일 9시 뉴스로 자리를 옮겼다.
그 과정에서 오디션은 없었고, 윗사람들과 평기자들의 평가로 선발됐다고 들었다.
"(30대 미혼 아나운서)
선발 기준이 뉴스 감각과 판단력, 전달력보다는 외모, 나이, 기혼 여부 등에 좌우되는 듯한 풍토도 불만이다.
"여성 앵커는 호감가는 외모, 남성 앵커의 경우는 경력."(30대 기혼 기자), "50, 60세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젊고 꽃다운 여자만 쓰려고 하니까."(아나운서에서 전직한 40대 기혼 기자)
남녀 앵커의 불평등 관계는 연령 격차 때문에 더욱 심해지고 있다.
남녀 앵커의 평균 연령 격차는 MBC 13.2세, KBS 10.5세, SBS 6.8세에 이른다.
특히 MBC 평일 '뉴스데스크'는 22년의 나이 차를 보이고 있다.
연구진은 남성 주도 관행이 연륜이나 직급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봉건적 여성관의 문제임이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또 경험과 연륜이 쌓인 여성 앵커들은 "계속해서 충원되는 더 젊고 더 예쁜 여자 후배들에게 밀려나지 않기 위해 주름과의 전쟁"(30대 미혼 기자)을 벌여야 한다.
김훈순 교수와 이규원 아나운서는 "여성 앵커가 등장한 지 30여 년이 됐음에도 성차별적인 조직의 관행과 문화는 완화되기보다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방송사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전문직 여성으로서 앵커의 획기적인 역할 변화와 전문화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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