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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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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첫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여야 정쟁과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이 같은 국정감사는 하나마나"라고 푸념하고 있고 피감기관도 "국정감사니까 좀 쉬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맥빠진 분위기다.

▲정쟁의 장으로 전락한 국정감사

국감 첫날 교과서 문제로 파행을 겪은 교육위 등에 이어 둘째날은 서울시 관제데모 논란이 벌어지는 등 일부 상임위 국정감사의 '진도'가 전혀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가기관의 기능을 감시하기보다는 피감기관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각 당의 속내 때문이다.

'17대 의원들 질이 떨어진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국감 둘째날 벌어진 국가기밀 논란은 국감이 정쟁의 장으로 변한 대표적인 예다.

정부와 여당이 한나라당 박진·정문헌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에 대해 국가기밀 유출이라면서 정면대응 방침을 밝히고, 이에 한나라당은 "조직적인 국감 방해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반발하며 여야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첫날부터 벌어진 교육위의 교과서 논란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첫날의 공방에도 성이 차지 않는 듯 여야는 이틀째와 삼일째 연이어 교과서 검정실무를 맡은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선거철에서나 나오던 색깔론까지 동원해 상대당 죽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치고 받는 이 같은 정쟁속에 일부 의원들은 "아무리 좋은 자료를 내놓더라도 이런 상황 속에서 무슨 소용 있겠느냐"며 푸념하고 있다.

▲권위없는 국감

이 같은 국감 위원들의 '한심한 작태' 때문인지 국정감사 때면 바짝 긴장하던 피감기관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피감기관들이 감사위원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정면충돌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일부 국감장은 국정감시의 장이 아니라 정부기관 데모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감사를 받는 기관들 앞에는 각종 단체의 집회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은 집회참가자들의 국정감사장 진입 등을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 특히 6일에는 가스공사의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국회의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관련 노조가 의원들의 국감장 출입을 막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회의원실들이 주문하면 피감기관이 제때에 척척 내주던 자료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피감기관들이 각종 핑계를 대며 부담스런 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 과기정위의 한 보좌관은 "100여개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대부분 국감이 한창인 지금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피감기관들의 준비 소홀은 기자실에도 여지없이 묻어난다.

최근 일부 국감장에서는 마이크 소리가 꺼지는 한편 전기도 차단돼 일부 기자들이 '동굴 취재'를 경험해야 했다.

서울시 관제데모 논란이 벌어진 행자위 국감에서는 "이명박 때리기'에 나선 여당의원들을 향해 이 시장이 주눅든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흥분한 여당의원들을 미소지으며 지켜보는가 하면, 어떤 질문에는 짜증스럽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거나 다분히 공격적인 태도의 답변을 늘어 놓는 등 '여유'있는 모습으로 일관하기도 해 의원들의 권위(?)를 깎아내렸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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