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밤 대구전시컨벤션센터 야외특설무대에서는 '2004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공연으로 이탈리아 로마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이 공연됐다.
빼어난 노래 솜씨와 연기력, 정교한 관현악 반주 등은 세계10대 오페라단이라는 이름이 결코 허명이 아님을 알게 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사전 준비 소홀과 매끄럽지 못한 진행 등으로 이번 공연은 적잖은 실망을 남겼다.
수천명의 관객이 몰렸으나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었던데다 공연 30분 전 입장을 시키면서 공연은 예정보다 20분 늦게 시작됐고, 공연 후에도 관객이 마구 들어오면서 초반부터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관람 도중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관객이 적지 않았으며 음식물을 반입해 먹는 관객들도 눈에 띄는 등 관객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공연 19억원, 대구공연 4억여원 등 총 23~24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라는 주최 측 발표와 달리, 세트는 평범했다.
무대 높이가 낮아 관람에 상당한 불편이 있었으며 하울링(전기잡음)과 주변 차량 및 비행기 소음 등 무리가 따랐다.
특히 3막의 경우 거의 내내 자막이 나오지 않는 등 '자막 사고'가 빈번했으며, 막간 휴식 시간에는 장외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 빚어졌다.
오페라축제 조직위 측도 크게 당황하는 눈치였다.
조직위는 축제 개막공연 이름을 거는 조건으로 로마오페라단의 대구 공연에 4천500만원을 지원했지만, 준비 및 진행에서 사실상 배제됐기 때문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에는 이날 공연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국제오페라단이 시골장터에 온 느낌"이라고 했다.
외국 참가팀에 대한 충분한 섭외와 공연 준비 상황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조직위 측의 자세가 이날 사태를 부른 한 원인이 됐다.
'대박'을 노린 서울의 공연 기획사에 조직위가 끌려다녔기 때문이다.
의욕은 앞섰지만 이로써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첫 단추를 나쁘게 꿰고 말았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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