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몇 시즌에 걸쳐 유럽 패션 트렌드에 크나큰 공헌을 했던 '빈티지(vintage)'의 열풍은 다가오는 겨울을 기점으로 하여 점점 식어가는 듯하다.
마릴린 먼로, 오드리 햅번, 마돈나 등 과거의 다양한 패션 아이콘을 상징으로 내세워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랑받아 왔던 빈티지 패션에 대항하는 일명 '안티 빈티지(anti vintage)' 붐이 패션 미디어들 사이에 서서히 일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색상에 볼륨있는 빈티지 의상과 소품은 슬슬 겨울로 접어드는 이 곳 유럽의 회색 날씨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스푼', '스틸레토', '시티즌 케이' 등 특히 프랑스 파리 패션을 대표하는 스타일·패션 매거진들은 올 겨울 트렌드 경향을 소개함에 있어 지난 시즌까지 끊임없이 보여 주었던 과거 지향적 패션인 빈티지 스타일과는 달리 전형적인 프랑스 파리 스타일인 짙은 색 위주의 입체적 실루엣의 아방가르드(avantgarde)와 실용적인 쉬크(chic)의 복귀를 보여주었다.
유럽에 큰 열풍을 불러온 빈티지 패션은 영국 런던 패션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고 한다.
과거의 것을 보존하고 가꾸기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은 의상뿐만 아니라 책,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 여러 종류의 빈티지 용품을 재래 시장을 통해 사고 판다.
기존 어두운 색의 정형적인 디자인, 도시적 느낌의 세련미를 강조한 쉬크 스타일에 지쳐 있었던 패션 종사자들은 런던 재래 시장의 색상이 화려하고 조금은 유치하다고도 할 수 있는 빈티지 의상을 소개해 눈길을 끌어 왔다.
1940~60년대의 여성미가 넘쳐 흐르는 리본, 레이스 장식을 가미한 '레이디 라이크 스타일' 등 빈티지를 응용한 패션은 거리 패션뿐만 아니라 프라다(Prada), 안나 수이(Anna Sui), 마크 제이콥스(Marc Jabobs) 등 여러 디자이너의 컬렉션에 선보였다.
반면에 빈티지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파리 컬렉션에서 관심을 받아온 디자이너들이 다시 유럽 패션 미디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신체의 윤곽에 맞춘 패턴과 특이한 디테일의 꼼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 무채색의 비대칭 커팅으로 유명한 요지 야마모토(Yoji Yamamoto)와 마틴 마르젤라(Martin Margiela), 여성적인 실루엣에 3D 패턴을 매치시키면서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 내는 발렌시아가(Balenciaga)와 후세인 샬라얀(Hussein Chalayan), 항상 여성의 강하면서도 매혹적인 면을 재치있게 보여주는 쟝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를 회상하며 그에 따른 스타일을 재미있게 묘사해 낸 빈티지 패션은 정말로 사라지려는 걸까. 아님 한가지 트렌드에 쉽게 질려하는 패션 미디어들의 색다른 요구 때문일까. 이젠 '과거 지향적'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패션을 볼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정미화·패션저널리스트(스포츠&스트리트 콜렉지오니·뉴욕 패션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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