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복서 승복으로 '멋진' 케리

존 케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4일 " 이제는 분열을 치유할 시간"이라며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선거기간 내내 4년전 플로리다 사태의 재연이라는 악몽에 시달려온 미국 대선을 깨끗이 마무리지었다.

그는 러닝메이트 존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가 "부시 대통령이라면 끝까지 해볼것"이라며 패배 인정을 만류했으나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에 의해 결정돼야지 지리한 법적 소송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승패 분수령인 오하이오의 개표 지연 사태를 빌미로 마지막 한표까지 개표를 요구하고 소송을 제기해 당선자 확정이 10여일 뒤로 미뤄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분열을 치유할 때"라는 자신의 말을 솔선한 것이다.

그는 보스턴에서 운집한 지지자들의 기립 박수 속에 시작한 연설에서 "미국은통합돼야 하며 더 많은 온정을 간구하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의 국민 통합 노력을촉구했다.

그는 동시에 "나도 당파적 분열에 다리를 놓기 위해 내몫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지지자들에 대해서도 "어려운 때인 줄 알지만, 여러분 모두가 여기에 동참해주기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평소 감정 표현이 서툴다는 지적을 받아온 케리 후보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선 전국의 지지자들을 향해 "이 두 팔로 한꺼번에 껴안고 싶고 여러분 한 사람한 사람과 포옹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감사와 애정을 표현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때로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그는 이 연설에 앞서 부시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걸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 두 사람은 우리나라의 위험스러운 분열상과 통합 노력의 절실함에 관해 얘기했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의 선거에선 패자란 없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다음날아침 깨어날 때면 우리 모두는 다시 미국인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열심히 싸운 만큼 결과가 약간 달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패배의 아쉬움을 표시하고 그러나 "이제는 우리 나라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공동의목적을 찾는 게 우리의 의무이며, 후회나 분노, 증오를 갖지 말고 공동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거듭 통합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신념을 잃지 말라. 또 선거가 있을 것이며, 그때 여러분의노고와 표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선거운동 때 내세웠던 목표들을 열거한뒤 "생각보다 빨리 이것들이 실현될 것이다. 미국은 항상 전진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케리 후보는 연설 말미에 "나는 20년동안 미국의 상원에서 매사추세츠주의 시민들을 대표하는 영광을 누렸다"며 "앞으로도 나는 이곳 시민들을 위해, 여기서 배운삶의 원칙들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자신의 거취를 밝혔다.

케리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께 부시 대통령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당선 축하 전화를 걸기 앞서 자택으로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 부부를 비롯해 형 캐머런 등 최측근들을 불러 패배 발표 결심을 설명했다.

케리 후보 진영은 이날 새벽 오하이오주에서 개표되지 않은 잠정투표와 부재자투표 숫자를 확인해본 뒤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승복 결정을 내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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