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술력, 자금력에 밀린다

지역업계 입찰팀 구성 대응 나서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을 비롯한 각종 공공기관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정보통신) 관련 사업을 금액에 관계없이 모두 입찰방식으로 발주하는 경향이 확산됨에 따라 SI(시스템통합)업체 사이에 입찰 비상이 걸렸다.

제안 후 계약방식이 주종을 이뤘던 지금까지는 연구개발에 주력해 기술력으로 평가받으면 충분했으나, 가격경쟁력 및 입찰 노하우가 중시되는 입찰방식이 대세로 떠오르자 대비책이 없다는 것이다.

입찰방식 선호현상은 수의계약에 따른 각종 부조리가 불거지고, 투명한 업자 선정에 대한 요구가 강조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상당수 기관들이 수백만원짜리 공사도 아예 입찰에 부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극심한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SI업체들은 입찰팀을 새로 구성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입찰 노하우에 밝은 정보통신사업자들의 협력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I 면허만 있으면 입찰참가가 가능한 탓에 정보통신사업자들은 R&D(연구개발) 역량은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입찰경쟁에 뛰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 SI업체 관계자는 "R&D 역량은 부족하지만 입찰에 대한 노하우가 뛰어난 정보통신사업자가 수주에 성공할 경우, 15~20%를 뗀 뒤 SI업체에게 하청을 준다"면서 "이로 인해 부실사업이 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설계와 구축이 결합되어 있는 IT개발 업무의 특성상 부실을 제대로 찾아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주)구봉정보기술 박무희 대표는 "제안서를 내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입찰단가 결정이 생존의 관건이 됐다"며 "일부 업체는 이미 R&D 인력을 축소하는 대신 입찰전담팀을 구성해 짭짤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갑환 TINC 대표는 "IT업체의 R&D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편으로 기술평가 방식의 수의계약도 가능하지만, 평가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투명하게 업자를 선정하면서도 IT업체의 R&D 역량을 제고시킬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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