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고성, 여야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린다. 원내 투쟁을 선포한 한나라당은 대정부 성토란 창으로 여당의 아픈 곳을 찌르고, 여당은 방패를 들고 정부를 지켜주다 보니 국회는 전쟁터 아닌 전쟁터가 돼 버렸다.
국회 정상화 3일째인 12일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한나라당 최구식·한선교·정형근,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질문할 때마다 의원석에서는 막말과 고성이 터져 나왔고, 상대방에 대한 비판과 성토로 세 차례나 지연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두 번째 질문자로 나선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대통령의 독선은 나라 일이 거꾸로만 가는 이유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마음은 있으나 아는 것이 없어서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러자 우리당 의석 쪽에서 "그만해"라는 항의가 터져 나왔고, 김덕규 국회 부의장은 "장내를 정리하겠다"며 마이크를 꺼버렸다.
이것이 여야 감정 싸움의 도화선이 됐다. 본회의장 곳곳에서 "우리당이 의석의 50% 이상을 차지한 이런 국회는 해산돼야 한다"(정형근), "웃기고 있어요"(유시민), "냉전 수구세력의 총공세"(이목희), "여기가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장이냐"(이병석), "여긴 쇼하는 자리가 아니야"(이종걸) 등의 발언이 터져 나왔다.
이어 여권의 공격차례. 우리당에서는 이목희 의원이 나섰다. 이 의원은 헌재 판결을 '사법쿠데타'로 규정했고, 헌재 재판관들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당과 참여정부는 냉전수구 기득권 세력의 공격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으며, 제2의 민주화운동을 시작하는 대장정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역시 여야는 이 의원의 발언을 둘러싸고 10여분 간 막말과 고성을 주고 받았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발언때도 마이크가 꺼지고 막말이 오갔다. 정 의원이 이 총리와 정부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나가자, 김원기 의장은 마이크를 끄라고 지시한 뒤 "대정부 질문은 일문일답이 원칙인데, 지금까지 (정 의원의 발언에는)질의가 없었다"고 주의를 줬다.
이에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정파적인 진행을 한다"며 항의했고, 김 의장은 "본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히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다시 남 의원은 "단호한 조치 해보세요"라고 항의했고, 우리당 노현송 의원은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한테 예의도 없냐"고 소리쳤다.
막말 공방에는 민노당도 한몫 거들었다. 혼란스런 광경이 계속되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오늘 발언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한 말씀 드리겠다"며 "진짜 좌파 정당(민주노동당)은 가만히 있는데 왜 좌파 아닌 사람끼리 그러느냐. 짝퉁(열린우리당)을 가지고 명품(좌파)이라고 하면 허위사실 유포죄다. 그리고 짝퉁도 명품인 척 그만하라"고 비꼬았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사진: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대정부질문 도중 마이크가 꺼지는 사태가 벌어지자 김덕규 부의장에게 항의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를 말리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단상에 몰려나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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