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시를 지망하는 학생이 보내온

시 한 편이 나를 울린다

세 행 짜리 짧은 시가 오늘 밤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한 가지에 나서 자라는 동안

만나지 못하더니 낙엽 되어 비로소

바닥에 한 몸으로 포개져 있다"

그렇구나 우리 지척에 살면서도

전화로만 안부 챙기고 만나지 못하다가

누군가의 부음이 오고 경황 중에 달려가서야

만나는구나 잠시잠깐 쓸쓸히 그렇게 만나는구나

죽음만이 떨어져 멀어진 얼굴들 불러모으는구나

이재무 '낙엽'

낙엽 진 숲길을 바쁘게 걷는 사람은 없다.

낙엽 쌓인 숲에는 늘 기억의 둥근 달이 떠 있기 때문이다.

윤동주 식으로 말하자면, 떨어진 나뭇잎 하나, 하나에는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이 쓰여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낙엽과 같아서 멀어진 얼굴들 불러모으는구나, 잠시잠깐 쓸쓸히 그렇게 만나고 또 부질없이 흩어지는구나.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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