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與 공정거래법 처리...정국 새 '불씨' 되나

재벌개혁을 상징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18일 한나라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사실상 과반 여당 단독으로 국회 정무위에서처리되면서 가까스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던 여야간에 다시 난기류가 형성될 조짐이다.

한나라당은 즉각 여당의 일방적 처리를 비난하면서 향후 국회 운영에 협조해 줄수 없다는 의사를 밝혀 '정무위발(發)' 여야 갈등은 정기국회 남은회기의 최대쟁점인 4대 입법처리를 둘러싼 대치를 더욱 가파르게 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운영위도 이날 최 광(崔 洸) 국회 예산정책처장에 대한 면직동의안을한나라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처리함으로써, 정국경색의 심화요인을 보탰다.

이날 우리당이 정기국회 2대 쟁점안건을 표결처리한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볼 수 있다.

일단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우리당이 표결을 강행한 것은 17대 국회 들어 처음있는 일이라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한나라당이 타협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원내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여당입장에서 민주주의 절차인 '표결'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과반의 힘'을 과시한 셈이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이 전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민주적으로 선택한국회에서 의석수로 의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며 이른바 '4대 입법'의 표결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 같은 표결을 염두에 둔 '복선'으로 볼 수 있다.

우리당은 4대 입법을 이번 정기국회의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야당과 합의처리를이뤄내겠다고 말해왔으나 정기국회 회기종료가 가까워짐에 따라 '최악의 경우' 표결처리도 불사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분위기이다.

그러나 야당은 이날까지만은 정무위와 운영위에서 표결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했지만, 앞으로 4대 입법 등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앞으로 여당의 독주를 막기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것"이라며 "앞으로 핵심은 4대법안인 만큼 이것은 물리력 등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막을 것"이라며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과 연대해 강력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도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여당이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일관성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앞으로 야당에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물론 우리당은 공정거래법안의 경우에는 민생관련 법안인 데다 야당과 11차례법안심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경고가 '엄포용'에 그칠 것이라는 반응을보이고 있다.

민생과 직결된 새해 예산안과 '4대 법안' 심의 등 국회 운영에 비협조적인 자세로 나오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실제 공정거래법안은 거대 야당의 반대로 지난 16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가 17대 국회 개원 후 정부안으로 다시 발의된 뒤 여야의 대치로 3개월 넘게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더 이상 처리를 늦추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9월 여당의 단독 처리 시도에 맞서 한나라당이 실력저지를 했다가 여야가그 해법으로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11월12일까지 표결로 처리한다'는 데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출자총액규제 대상인 17대 민간그룹 중 의결권 제한을 반대하는 곳은 삼성 단 1곳 뿐"이라며 "이래서 한나라당이 '친(親)재벌당' 이란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여당이 민생.개혁 관련 입법에 대해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강조한 가운데 공정거래법안을 사실상 단독 처리했다는 점에서 여당의 대야 협상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남경필 수석부대표가 "여당은 소탐대실했다"며 "여당의 자세에 응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못박은 것도 거꾸로 '이제는 여당이 성의를 보여야 때'라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