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짜 휘발유, 이제 주택까지 파고들어

시너, LP파워 등 가짜 휘발유가 가계불황, 기름값 상승 등으로 인해 주택가로 급속하게 파고들고 있다. 페인트가게로 위장한 업소들과 주택가 골목길의 판매책들이 아파트 주차장은 물론 가정 배달까지 하며 가짜 휘발유를 공급하고 있다.

몇개월 사이 수십개의 페인트가게가 공터나 빈터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대학생이나 휴학생조차 판매상으로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제조책, 중간공급책, 판매책 등으로 업무를 세분화해 돈을 아끼려는 승용차 운전자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가짜 휘발유를 찾는 수요자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 휘발유 가격의 3분의 2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사용한 사람은 중독이 된 듯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 활개치는 가짜 휘발유상

대구지역에는 달서구, 북구, 동구, 서구 등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가짜휘발유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24일 오후 4시30분쯤 대구시 달서구 용산1동 한국전력 와룡변전소 앞 막다른 골목의 주차장 및 일대 도로.

엘란트라와 구형 그랜저 한 대가 이곳으로 들어왔다. 운전자가 차 안에서 신호를 보내자 검은 색 점퍼를 입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1.4t 탑차에서 가짜 휘발유 2통을 꺼내 차에 넣은 뒤 몇 만원을 건네받았다. 기자가 '가정집까지 배달되느냐?'고 묻자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하라"며 전화번호가 적힌 빨간 색 명함을 건넸다. 'LP파워 5통 이상 배달가능, 시너 신속배달, 010-×××5-×××7.'

이곳 일대에는 도로를 따라 모두 4곳에서 가짜 휘발유를 팔거나 차에 넣어주고 있었다.같은 날 오후 5시30분쯤 달서구 죽전우방타운 근처 주택가 골목 ㅈ페인트 가게.

페인트가게 앞에는 '시너, 페인트 등 신속배달'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고, 소형 승용차 한 대가 트렁크에 신나 5통을 싣고 배달 나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 가게에서 시너를 사왔다는 이모(45)씨는 "주택가 곳곳에 있는 '시너 판매' 간판은 대부분 가짜 휘발유 판매로 보면 된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시너 판매, 1ℓ당 848원' 등의 간판을 내건 가짜 휘발유 판매상들이 주택가 곳곳에 난립하고 있다.북구의 한 상가 옆 공터에서 페인트집을 차려놓고 도료용 시너 등을 팔고있는 주인 장모(34)씨는 "차량에 주유해주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다"며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시너를 팔고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단속 제대로 되고 있나?

주원료가 시너로 제조되는 여러 종류의 가짜 휘발유는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차량 엔진파손은 물론 폭발위험까지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오후 2시쯤 남구 대명10동 ㅎ카클리닉에서 가짜 휘발유 2천160ℓ를 실은 채 수리받던 1t 화물차에서 불이 나 점포 등을 태워 3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제때 진화되지 않았더라면 주택가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일부 운전자들은 '경찰이 단속해도 어쩔 수 없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데… ' '남들 다 넣고 다녀도 별 탈 없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별다른 죄의식 없이 가짜휘발유를 사용하는 실정이다.가짜휘발유에 대한 경찰 단속은 소극적인 데다 잡혀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 때문에 판매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달서경찰서는 22일 가짜 휘발유 판매 등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서 용산1동 도로 일대에서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던 최모(40)씨 등 2명을 입건하고 가짜휘발유 9통을 압수했으며 지난 17일에도 주택가에서 가짜 휘발유를 판매한 1명을 입건했다. 그러나 오전에 입건된 사람이 오후에 다시 가짜휘발유를 팔러 나올 정도로 경찰 단속 자체를 우습게(?) 보고 있다.

특히 시너의 경우에는 차량에 주유하는 현장을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가정 배달은 주고 받는 사람이 은밀히 거래하기 때문에 적발이 더욱 어렵다. 또 현행법상 가짜 휘발유를 판매해 입건돼도 초범은 30만원, 재범은 70만~80만원, 세차례 이상 입건돼도 100만원 정도 벌금만 물면 그만이다.달서경찰서 송재웅 수사2계장은 "전국 각 경찰청별로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가짜 휘발유 단속에 나서야 한다"며 "아울러 불법 판매상들에 대한 처벌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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