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광수변공원서 전상렬 시인 詩碑 제막식

시비 이상일 교수·비문 서예가 전진원씨 제작

강 따라 물이 흐르고/ 물 따라 강이 흐른다/ 물 흐르듯 흐르는 세월 기슭에/ 저만치 고목이 서 있고/ 바람 따라 세월이 가고/ 세월 따라 바람이 흐른다/….'(古木과 강물)

2000년 타계한 목인(牧人) 전상렬(全尙烈) 시인의 시비가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 세워져 27일 오후 4시 제막식을 가진다.

이날 행사에는 신세훈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박해수 대구문협 회장을 비롯한 경향 각지의 문인과 목인의 유족 등 200여명이 참석해 시인의 문학인생과 풍류를 기린다.

목인의 시비 건립추진은 지난 2001년 10월 권기호·도광의·이태수 시인 등 지역의 중견 문인들이 뜻을 모으고 같은해 12월'대구문학'겨울호에 건립 취지문을 게재하기도 했으나 장소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다 올 8월 이태수 시인의 주선과 황대현 달서구청장의 배려로 월광수변공원이 시비 건립지로 결정되면서 급진전돼 지난 19일 시비 건립을 마무리하게 됐다.

목인의 시풍처럼 주변 산세에 순응하는 산 모양을 형상화한 시비는 조각가 이상일(대구가톨릭대 교수)씨가 제작했고, 비명과 비문은 목인의 차남인 서예가 전진원씨가 썼다.

'향토적 정서와 삶의 진실을 추구했던 목인은 자연 친화와 인생 관조의 빛깔이 두드러지는 서정시의 금자탑을 쌓았다'고 비문에 적고 있다.

시·서·예에 두루 능한 풍류객이었던 목인은 향토적인 소재와 토속적인 평이한 언어로 우리들 마음 속의 정(情)과 한(恨)을 서정의 눈으로 조명하고 탐사해 온 시인이었다.

그래서 문단에서는 목인문학의 기조를'허무와 흰옷(白衣意識)'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시비 건립추진위원장은 "평생 시 창작에 열정을 바쳤던 시인이 살았던 산하 한 자락에 시비가 세워진다는 사실은 영광스럽고도 아름다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비에 새겨진 목인의'안개와 구름과 하늘빛 물색, 강물은 저렇게 흐르고, 고목은 저만치 서있는'시처럼 이번 시비는 시민들의 빈 마음을 한 편의 시로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될 전망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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