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노인 83.2% "소득되는 일 없다"

노인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대구에서 6월말 현재 만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전체의 7.1%(18만1천명). 전국의 노인 인구비율이 지난 2000년 7.1%를 넘긴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낫지만,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구는 2019년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의 14%를 넘어서고, 7년 뒤인 2026년에는 20%를 웃도는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할 전망이다.

대구시는 '노인복지 자문위원회'에 '노인복지 종합계획 연구팀'을 구성하고 지난 7월부터 20일간 노인실태조사를 벌였다. 만 65세 이상 노인(18만7천명) 중 2천명을 표본추출한 뒤 직접 면접조사를 했다.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는 ±2.2%.

▨ 내 일자리는 내가 마련한다.

소득과 관련해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83.2%를 차지한 가운데 일을 하고 있는 노인들 중 34.8%가 '자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근직 근로자가 13.2%, 일용직 근로자는 13.5%였으며, 가내부업은 5.3%정도였다.

일자리 취득경로를 묻는 항목에서는 이전부터 하던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150명(46.9%)으로 가장 많았고, 친구나 이웃의 소개가 77명(24.1%), 신문·생활정보지·거리 광고가 5.3%였다. 행정기관이나 직업소개소를 통한 일자리 취득은 4~5% 수준에 머물러 일자리 마련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응답자 중 72.6%는 '일을 하고픈 생각이 없다'고 답했고, 현재 일을 한다고 답한 329명 중에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2.8%에 불과했다. 현재 시행 중인 '노인 일자리 마련대책'을 대폭 보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노인복지시설 별 필요없다.

'노인을 누가 돌봐야 하는가'는 물음, 즉 노인 수발자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당연히 자녀가 해야 한다'는 응답이 38.1%, '국가나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가 26.6%로 나타났다.

또 유료양로시설(실버타운)을 현재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0.2%로 극히 미미했으며, '앞으로도 이용할 계획은 없다'고 답한 사람이 63.3%로 나타나 실버타운을 외면하는 경향이 강했다.

노인보호 시설을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가족(자녀)이 돌봐줄 것이므로'가 28.4%로 가장 높았고, '내 집이 아닌 곳이 싫어서'가 22.5%, '가족과 같이 있고 싶어서'가 18.1%, '경제적인 이유'가 17.2%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노인들 중 3분의 2는 내집이나 자녀의 집에서 살고싶어 했고 노인(전문)요양시설, 실버타운, 노인전문병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노인복지종합계획 연구팀 김한곤 팀장은 "노인들의 생활실태와 요구사항을 조사한 결과,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고, 가족들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스스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인이 돼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노인복지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 박석돈 전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노인복지에 대한 투자는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최저생활을 보장해주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부나 대구시는 노인들에게 용돈벌이도 안되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게 아니라 그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장기적인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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