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당 기자실은 정치 정보의 '종합시장'이었다. 기성 정치인은 물론, 정치에 첫발을 내딛는 지망생까지 정당 주위를 기웃거리며 발품을 팔았고, 자연히 정당 기자실은 하루종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17대 들어 정당 기자실은 '시장'의 기능을 잃어 버렸다. 정당 기자도, 하다못해 당직자도 없는 '폐허'가 됐다. 당의 터줏대감이던 사무처 요원들도 구조조정을 거치며 대부분 자리를 떠났다. 결국 취재 대상이 없으니 기자도 없고, 정치인들까지 정당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게 됐다.
이 같은 지각변동은 올 초 열린우리당이 서울 영등포구 '폐공판장'으로 당사를 옮기고, 한나라당이 강서구 염창동 한 식당으로 이전하면서 본격화됐다. 여파는 엄청났다.
정당 한 관계자는 "정당의 몸체인 중앙당사는 존재 의미마저 사라졌다"고 말할 정도. 주말과 휴일을 빼고 매일 열리다시피하는 여야 당직자회의는 지난 국정감사 이후 대부분 국회에서 열렸다. 정당 기자실은 고참 기자 한두 명만 자리를 지킬 뿐이다.
지난 6월 중순 한나라당이 염창동으로 당사를 옮기자 인근 시장에서 환영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얼마 못가 자진 철거했다고 한다. 당사 이전이 매상에 전혀 도움을 못 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원기 대변인실 행정실장은 26일 "비교적 자유로운 공간인 정당 기자퓻【?정치인과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가 뉴스였고 역동적인 정보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당 기사실에는 정당 주변을 떠도는 각종 루머와 내부 고발까지 다양한 정보가 넘쳐났다. 과거 민자당 시절, 대변인을 지낸 강재섭(姜在涉) 의원은 "정당 기자실은 증권사의 객장처럼 다양한 정보가 유통되는 생물 정치의 본산이었다"고 회고했다.
정당 기자실의 몰락은 국회 기자실의 위상을 강화시켰다. 지난 8월23일 새 단장을 한 국회는 3개의 기자실과 별도의 브리핑 룸까지 갖췄다. 그러나 과거 정당 기자실의 '살가운'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외부 인사가 국회 기자실에 가기 위해선 국회 민원실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비표를 발급받아야 한다. 또 휴게실이 따로 없어 개인적으로 기자를 만날 공간도 따로 없다. 여기다 신문· 방송· 인터넷 기자를 포함해 국회에 등록된 기자 수만 500명에 달해 기자실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국회 기자실 분위기는 경색된 여야 관계와 엇비슷하다. 언론인 출신의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정당 기자실은 권력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각종 정보가 넘쳐나고 초·재선 의원들은 감히 명함도 못내는 곳이었지만 시절이 많이 바뀌었다"며 "정치권이 무미건조해진 것도 정당 기자실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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