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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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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클릭'의 에로비디오는 도난품목 1위였다. 비디오가게 '알바'가 별도 관리할 정도. 비디오가게에서 도난당하는 것은 그만큼 열혈추종자가 생겼다는 뜻이다. 한번 보고 말 그런 에로비디오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지난 주 '연어'를 비롯해 가장 많이 도난당한 것이 '이천년'(2000년)이었다. 이 영화는 에로비디오계의 '전설'이다. 당시(2000년) 제도권 극영화가 다루지 못한 싸구려 청춘들의 고민과 삶의 절망을 잘 표현해냈다. '야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찬사'로 인해 '야한 비디오'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도 찾아볼 정도였다.

봉만대 감독은 이 영화로 당당히 극장용 35mm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을 연출하며 제도권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야한 비디오'에 심각한 이야기는 한때 금기처럼 여겨졌다. 그냥 몸이 고픈(?) 여인과 힘이 넘치는 남자가 나와 '우fp'와 같은 성의 합치를 그리면 족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천년'에는 싸구려 청춘들이 대거 나와, 갈등하고 싸우고, 다친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가게 진열대를 쳐다보다 결국 뒤돌아선다. 여자는 겨우 몸을 팔아 '배추잎' 몇 장을 쥐고, 남자는 그런 여자의 돈을 또 갈취한다. 그것도 모자라, 골방 코너에 여자를 몰아넣고는 성욕까지 챙긴다.

배경도 길거리나, 호프, 게임방, 자취방이 고작이다. 웬만한 에로비디오면 호텔방도 나오고, 나이트클럽도 나오지만 '이천년'에는 그런 곳을 거부한다. 주인공 중 하나인 소매치기는 계속 달린다. 그는 늘 달리고, 쫓긴다. 그러다가 다치기도 한다.

거친 젊은 군상과 마찬가지로 섹스도 거칠고 힘이 넘친다. 카메라는 이들의 거친 몸을 샅샅이 훑어낸다. 상체의 율동만 다루던 여느 에로비디오와 달리, 심의의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면서 관객의 '에로틱 호르몬'을 마구 분비시킨다.

이외 '미친밤' '아파바' 등도 '명불허전' 클릭사 작품이다. 특히 '아파바'는 제32회 '독립영화-누가 음란을 두려워하라?'에 공개 상영될 정도로 사회성 짙은 수작이다. 기지촌 사회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잘 그려냈다.

이들 작품들은 표현만 에로틱을 표방했지, 사실은 독립영화의 '몰골'을 하고 있다. 소외된 곳,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성을 양념처럼 버무렸다.

사실 20대를 휘어잡고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그리고 그 불안은 곧잘 성이라는 도구를 통해 해소되고, 정화되고, 성장한다. '버려진' 청춘들에게 '성=사랑'이란 공식은 사치스런 장식물일 뿐이다.

섹스는 자본주의를 체득하기 위해 그들이 지닌 유일한 재산이자, '교재'이다.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에서 지극한 고독을 성으로 '마스터베이션'했던 말론 브란도처럼, 그들에게도 성은 현실을 잊기 위한 일종의 마취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클릭사(특히 봉만대)의 작품들에게는 이러한 성의 존재가치가 명확하면서도 뚜렷하게 드러낸다.

한때 에로비디오들이 시도했던 해학적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성은 낡은 도첩(옛 그림책)에만 있을 뿐이다. 현실에서는 더욱 가혹하고, 냉정한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는 마치 비수처럼 섹스를 헤집고 다닌다. 벽에 몰아붙인 여인의 거친 숨을 담다가, 이내 아랫도리로 내려와 팬티 끈 사이에 머문다. 거친 남자의 육신에, 흥분한 여인의 발길질에 내동댕이쳐질 듯 위태롭게, 그리고 도발적으로 찍어댄다.

물론 에로비디오가 주는 조악한 조명과 음모노출을 피하기 위해 손으로 가리는 등 어색함 등이 엿보이지만, 그러한 '한계'에 비해 이들 작품이 그려낸 '에로티카'의 색감은 훨씬 풍부한 것이었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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