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해 소비자 지출 스타일은

아끼고 또 아껴 먹는데 썼다

불황의 골이 유달리 깊었던 2004년, 올 한해 소비자들은 무엇을 사는 데 돈을 썼을까?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 비중을 뜻하는 엥겔계수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올해 소비자들은 식료품비 구입에 돈을 많이 썼다.

또 상대적으로 값이 싼 대체상품이나 리필제품 등 한푼이라도 더 아낄 수 있는 절약형 제품들을 사는 '짠돌이 소비'가 두드러졌다.

△불경기, 할인점 히트상품은 쌀과 커피=롯데마트가 올해 10대 히트상품(매출액 기준)을 선정한 결과 '함열 농협 청결미'(20kg)가 1∼11월 전국 35개 매장에서 84억7천만원어치 팔려 1위를 차지했다.

맥심 모카믹스가 80억3천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제주 포크 삼겹살(67억1천만원) 하이트 캔맥주(67억원) 참이슬(66억원) 바나나(59억4천만원) 농심 신라면(55억원) 하이트 페트병맥주(44억원) 카스 캔맥주(42억9천만원) 뉴하기스 보송보송 기저귀(39억6천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커피가 라면 맥주 기저귀 등 할인점 단골 상품들을 제치고 2위에 오른 데 대해 롯데마트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스트레스가 증가한 게 커피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구지역 소비자들도 식료품 구입에 돈을 많이 썼다.

신세계 이마트 대구 4개점이 매출을 집계한 결과 김치냉장고가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봉지라면 베이커리 이유식 쌀 커피믹스 돼지양념육 팬티형기저귀 병맥주 샴푸 순이었다.

11,12월 특판행사와 김장시즌 영향으로 김치냉장고가 1위를 차지했으며 봉지라면 기저귀 등 '생계형 상품'이 전년 대비 10% 이상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이마트에서 1∼11월 쇠고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준 반면 돼지고기 매출은 23% 늘어났다.

돼지고기가 축산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0%에서 올해 30% 선까지 높아졌다.

롯데마트에서도 쇠고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4.5% 감소한 반면 돼지고기는 28.8% 증가했다.

닭고기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10.2% 늘어났다.

수산물도 갈치나 연어 같은 고급 생선보다 고등어 꽁치 오징어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생선을 많이 찾았다.

가격 대비 양이 많은 상품이 더 잘 팔렸다.

이마트에서 캔맥주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3% 정도 줄었지만 병맥주와 페트병맥주는 오히려 30% 늘어났다.

해마다 두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던 즉석밥 매출은 1%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일반 쌀은 쌀 소비 둔화 추세에도 9% 신장했다.

경기에 민감한 과일 역시 중량당 가격이 저렴한 바나나와 밀감이 5∼10%의 매출신장률을 보이며 잘 팔렸다.

봉지라면은 매출이 22%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컵라면은 6% 늘어나는데 그쳤다.

빙과류도 아이스바 제품은 매출이 61% 늘어난 반면 고급형인 컵 제품은 2% 증가에 그쳤다.

방한복 역시 오리털 점퍼보다 가격이 저렴한 패딩 점퍼가 54% 신장하며 대체소비 현상을 반영했다.

리필제품도 인기를 끌어 롯데마트에서 올해 리필형 세제 매출이 전체 세제 매출 신장률(10.1%)을 훨씬 웃도는 18.7%를 기록했다.

또 외식을 꺼리면서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류 판매도 호조를 보였다.

이마트에서는 냉동감자 치즈스틱 찐빵 핫도그 같은 간식 제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10∼15% 늘었으며 여름철 먹을거리인 냉면, 비빔면 역시 지난해보다 25% 가량 많이 팔렸다.

이마트는 "올해 엥겔계수가 4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데서 보듯 식품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특히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값이 싼 대체상품이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홈쇼핑에선 품질 검증된 상품 인기=품질이 검증된 상품을 구입하는 '안전구매 성향'이 올해 홈쇼핑 고객들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LG홈쇼핑 경우 황토솔림욕 한성포기김치 락앤락 등 인기 상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대 히트상품에 올랐다.

올해 새로 10위권에 진입한 상품은 홈파워블루 스팀다리미뿐이었다.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데다 호기심이나 모험심에 따른 구매를 피하고 '실패'없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데 따른 것.

또 CJ홈쇼핑에서는 '안동간고등어'가 20만 세트 넘게 판매돼 판매수량으로는 히트상품 1위에 올랐으며 LG홈쇼핑에서는 죽염저온숙성 고등어와 한성포기김치가 히트상품 2, 4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등 식품이 홈쇼핑의 효자역할을 했다.

경기 불황과 '웰빙' 영향으로 청국장 제조기 등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소형 조리도구도 인기를 끌었다.

LG홈쇼핑에서는 해피콜 주서, 엔유씨 요구르트 청국장 제조기가 히트상품 3, 5위에 각각 올랐으며 현대홈쇼핑에서는 유산균 발효기가 올 들어 지난달까지 11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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