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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숙씨께

오랫동안 고무신을 파는 집이 있어

신발값으로 촌로들의 뙤약볕에 잘 익은 이야기도

받아주는 집이 있어 꼬깃꼬깃 접은 돈에 묻은 온갖

바람과 햇살과 김치국물과 손때며 세월을 같이 받아주는

집이 있어 고무신보다 그것이 감싸주는 발의 냄새와

흙이 묻어 낡아 갈 세월과 이야기를 파는 집이 있어

흥해장날 벌여진 좌판과 시끄러움이 정겹고

오랫동안 고무신을 파는 집을 찾다가

아니 고무신에 담긴 서글서글한 이야기를 찾다가

아득하니 기차놀이하던 백사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아주 오랫동안 고무신 파는 집을 찾다가

길을 잃는다

조현명 '흥해장날'

흥해장이 며칠 날 서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이외숙씨에게 물어봐야 확실하겠지만 고무신 파는 집은 이제 그곳에 없을 듯하다.

시인은 한사코 현재시제로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 집의 존재에 대한 필요성과 그 집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강화하기 위한 목소리로 들린다.

오랫동안 고무신을 파는 집은 기억 속에 있고 기억 속의 그 집은 아마도 찻길이 닿지 않는 아득한 미로 끝자락에 있다.

풋풋한 세상 인심이 구둣발에 차인지 얼마나 오래인가.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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