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키워드로 읽는 2004 지역경제-(2)닫힌 지갑

재래시장 문닫는 점포 잇따라

올해 백화점 재래시장 등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돈을 쓰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정부도 내수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갖가지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지갑은 더 닫혔고, 한국경제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백약이 무효'=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유통업계와 정부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지역 백화점 경우 올 한해 고객에게 쏟아부은 사은행사비가 각각 90억~100여억원. 전체 매출액의 2%에 이르는 거액을 사은행사비로 투입했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데 '실패'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전체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전 40억원에 불과하던 사은행사비를 올해 100억원이나 쏟아부으며 매출 확대를 꾀했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럽다"고 털어놨다.

작년 수준에서 상향설정한 매출 목표치 달성은커녕 작년 매출액에 근접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백화점들의 이구동성.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 백화점들이 치열하게 마케팅을 벌인 것도 올해 특기할 만하다.

사은행사 일수가 2002년 33일에서 올해 269일로 대폭 늘어났다.

세일에 '초연'했던 해외수입 브랜드들도 매출부진으로 앞다퉈 세일에 뛰어들었다.

고급이란 백화점의 '체면'을 집어던지고 가격·업종파괴에 열을 올리며 할인점과 사투도 벌였다.

유통업계 경력이 30년에 이른다는 백화점 한 관계자는 "IMF 위기 직후엔 기업은 부실했으나 가계는 사정이 나아 소비가 그나마 살아 있었는데 최근엔 가계가 무너지는 바람에 소비가 극도로 침체됐다"며 "유통업에 종사한 이후 올해가 가장 어려운 해"라고 털어놨다.

재래시장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은 한 해였다.

대구의 중심상권인 동성로 상가의 경우 올해 의류를 비롯한 잡화·구두 등의 매출이 작년보다 20~30%씩 줄었다.

서문시장 등 다른 재래시장들도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점포들이 속출했다.

이 같은 유통업체들의 현실을 반영, 올해 유통업계의 최대 뉴스도 '지갑 닫은 부자들'이 선정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와 학계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소득층의 소비위축이 70.7%의 선정률로 1위에 꼽혔다.

소비위축만 놓고 보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인 셈.

▲"쓸 돈이 있어야 쓰지"=경기가 나빠짐에 따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그에 따른 내수부진으로 다시 경기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 한 해였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생활형편이 나아졌는가를 알아보는 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가 기준치(100)의 절반을 조금 넘는 60초반까지 추락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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