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바' 채용박람회 "차비만 날렸어요"

"차비만 날렸어요···."

15일 오후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에서 열린 아르바이트 채용박람회를 찾았던 김모(24)씨는 불만이 가득했다.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는 김씨는 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로 경력을 쌓고 등록금도 벌어보려 행사장을 찾았지만 결국 면접 한번 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기대와는 달리 모집직종이 판매, 배송 등 단순 노무직들이었기 때문.

김씨는 "겨울방학을 앞둔 대학생 구직자들에게 아르바이트직 현장면접을 통한 취업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사회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으나 생활정보지에 나오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만 끌어 모아놓은 것 같다"라며 "전시성 행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대구지방노동청과 대구북부지방노동사무소가 15일 마련한 '아르바이트 채용박람회'가 구인·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준비도 소홀해 참가자들의 불만만 들은 채 끝났다.

대학생들은 방학기간을 이용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으려했으나 참가 업체 대부분이 장기간 근무를 요구하거나 주차, 주방보조, 배송, 매표, 상품판매 등 단순 노무직이어서 이날 1천200여 명의 참가자들 중 230여 명은 아예 현장 면접을 포기했다.

참가 업체들도 아르바이트를 통해 인력 확보에 나서려 했으나 임시직 지원자들이 많아 생산직을 원했던 일부 업체들은 원서 몇 장 받지 않은 채 박람회를 빠져나가야 했다.

이모(21·여)씨는 "학생들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상당수 대학이 시험 기간이어서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것 같다"라며 대상이 대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이 학사일정조차 파악하지 않고 시험기간에 행사를 열었다고 지적했다.

또 장모(26)씨는 "예상 노동량에 비해 시급이 적거나 근무시간이 많은 등 근무요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며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임금을 제시한 업체까지 끼어 있어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주최한 행사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라고 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잠시 근무하다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등 기업운영에 애로사항이 많다"라며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사회경험을 쌓게 하고, 희망자에게는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주려 했으나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라고 했다.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 관계자는 "올해부터 정부지원 인턴제에 신규인원 투입이 없어지면서 다양한 업체 유치에 한계가 있었다"라며 "앞으로 지역의 산·학·관을 중심으로 한 상호 협력적 고용네트워킹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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