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로학번이 공오학번에게

이병호 외 지음/선배가 후배에게 펴냄

대학이라는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든 예비 05학번 후배님들, 안녕하세요. 저희는 20년 전 대학에 입학했던 85학번 선배들입니다.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능시험의 결과가 얼마 전 발표됐군요. 수능 성적표와 대학배치 기준표를 방안 가득히 펼쳐놓고 고민하는 여러분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희가 최근 쓴 '파로학번이 공오학번에게'는 끝없는 경기불황과 청년실업 문제 사이에서 불안한 미래를 떠올리고 있을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의 끈을 보여주고 싶어서 선배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입니다. 85학번인 저희와 20년이라는 시간의 격차가 분명 있겠지만, 저희가 20대에 나눴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열정은 분명 후배들과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이야기는 '선무당' 선배들의 어설픈 침 튀김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오늘의 고민과 동떨어진 너무 먼 '어르신'들의 옛날 얘기는 더욱 아닙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젊은 선배들의 20대는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현실이기 때문이죠. 그럴싸한 성공신화로 색깔을 입히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전반전을 마친 저희가 이제 모든 것이 불안해 보이는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갈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색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8명의 85학번 선배들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먼저 대학에 가는 것,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가장 좋고 편한 시기가 대학 시절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가급적 대학은 가라고 충고하고 싶어요. 또 무슨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을 것을 권하고 싶군요. 앞으로 여러분은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경험하는 일들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럭저럭 좋아해서는 곤란하죠. '정말' 좋아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언뜻 쉬운 말처럼 들리겠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말만큼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저희가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공통으로 지켜온 교훈이기도 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어려움과 불만을 그저 불평으로 쏟아내지 마세요. 더욱 불공평한 세상이 당신을 기다릴 테니까. 여러분 앞에 놓인 어려움과 원망스러움을 자신을 키워줄 에너지로 생각하세요. 세상을 긍정하면, 세상은 공평해집니다.

마지막으로 분명하고 구체적인 꿈을 꾸십시오. 내일을 준비하고, 내일을 미리 생각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 내일은 준비되지 않은 오늘일 뿐입니다. 많은 사람이 흔히 실수하는 막연한 몽상과 꿈은 반드시 구분하십시오. 또 이거다 싶은 일이 있다면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흔히 오해하지만, 한 번 포기하는 순간 끊임없이 포기해야만 할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이 책이 후배들에게 어떤 미래를 제시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 자신의 몫입니다.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너의 손을 잡고 만리장성까지 가는 것이다. 그리고 네가 나의 등을 밟고 올라 만리장성을 넘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나의 기쁨이다. 그러나 그 뒤에 펼쳐져 있는 또 다른 거친 세계를 걸어가는 것은 온전히 너희의 몫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파로학번이 공오학번에게'는 85년도에 대학에 들어간 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선배들이 20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인터뷰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의학전문기자 홍혜걸, 대중음악 작곡가 김형석, STX 구미발전소 이찬욱, 영화배우 박중훈, 여성 산악인 오은선, 국회의원 오영식, 성형외과 의사 홍진주 등 18명의 85학번들이 등장한다.

사진(왼쪽 위):성형외과 의사 홍진주. 서울대 의예과 85학번인 그는 최선을 다하는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로 매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왼쪽 오른) 영화배우 박중훈. 중앙대 연극영화과 85학번인 그는 자필로 명함을 만들어 충무로에서 자신의 꿈을 직접 찾아나섰다.

(아래 왼) STX 구미발전소 유체기계 기술사 이찬욱. 영진전문대 기계설계과 85학번인 그는 학력고사성적이 전국 50만등이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른쪽) 여성 산악인 오은선. 수원대 전산학과 85학번인 그녀는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을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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