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12월과 새해의 기도

'홰치는 장닭, 씨암탉이 정겹다/ 세월의 몸은 둥글다/ 육신과 영혼 나누어지지 않는/ 몸은 둥글다/ 꽃비, 꽃눈 내리는/ 어머니 젖물 달던 사랑에 젖다/ 가장 즐거웠던 순간과/ 가장 아팠던 순간도 한 몸이니/ 조용하고 조용한 삶의 틈서리에/ 새 희망의 불꽃에 가슴 더워지네/ 사랑이여/ 어둠이 오면 점화하라/ 밝음이 오면 등불이 오면 기뻐하라/ 황소뿔빛 노을은 가네/ 발자국 깊이 박힌 흰 눈 속에 쌓인/ 세월은 가고 다시 오네/ 삶과 희망은 훨씬 가벼워야 한다/ 업고, 업히고, 밀고, 당기며/ 허물은 깁고 덮으며 사랑과 화해/ 용서, 하늘의 뜻에 따라야 한다/ 따뜻한 마음, 따뜻한 삶을 점화하자/ 지친 몸 풀고 가자/ 2005 새 희망의 날에….'

작은 설 동지를 보내고 어두운 긴 겨울밤을 보내면 새해 새 희망이 찾아온다.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 간절곶에 가지 않아도 내 마음의 해를 내 마음에 점화하면 되리라.

착한 이웃과 함께 사랑을 점화하면 되리라. '마더 데레사'는 '사랑이라는 옷감은 먼지를 묻히는데, 사랑은 거리와 골목에 있는 얼룩을 닦아낸다'고 했다. 마음의 안반념법을 닦고 기르자.

서로 헤아려 주고, 친절과 배려로 시기와 질투를 배격하고 사랑의 불꽃을 꽃피우자. 우선 대구를 따뜻하고 밝고 희망에 찬 한국의 도시, 세계의 도시, 뜨거운 가슴을 열고 서로 한몸 한가슴으로 예술혼 뜨겁게 달구며 꽃피는 도시로 만들자고 기도한다.

겨울연가가 한류를 부르고 있다. '대구연가'로 세계를 부르자. '겨울연가' 대본을 쓴 작가는 숨었다. 순수예술 문학은 숨어 있다. 순수문학도 이젠 가슴을 드러내 최첨단 문명, 문화와 입맞춤하자.

영상시, 대본, 시극, 안무극 등 시가 대중의 옷을 입어야 한다. 하이네의 시가 세계인을 부르듯 '로렐라이 언덕' 같은 노래를, 대구의 상징으로 아름답게 불려질 대구사랑의 노래를 만들자.

유령역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지하철 대공원역에 문화의 옷을 입히자. 사람이 들끓고 사랑이 모이는 역을 만들자. 월드컵경기장과 연계한 U대회의 축제 기운을 되살리자. 체육축제, 문화축제의 장을 만들자.

웰빙타운, 명상, 국선도, 단학, 국악, 인간문화재 등 유형 무형이 어우러진 문화타운을 조성하자. 대구시립 미술관과 연계한 정신문화의 메카를 만들자. 유교문화, 선비문화, 예술문화를 집대성하고 고전문학, 근대문학, 현대문학을 집대성한 문학관을 만들자.

어린이 청소년놀이문화, 대 동물원, 대 자연학습장, 농경문화체험장을 만들고 한국과 대구를 빛낸 인물을 되살리자. 옛날 보리밭이 넘실대는, '상화'의 '빼앗긴 들'에 봄을 불어넣자.

국악과 서양음악이 어우러진 문화, '창의성학교' '예술학교' '출판단지' '문화기획학교' '문화기획행정단지' '평생예술학교' '영화촬영지' '영화학교' '디자인과 섬유예술이 꽃피는 곳' '한약방 단지' '애니매이션과 만화상연단지' '문화체험현장' 등을 세워 대구의 문화축제가 세계의 축제가 되는 단지를 블록별로 만들자.

고속철시대, 대구가 세계인의 도시임을 발빠르게 선도해 나가자. 문화는 영원한 시공간을 뛰어 넘는 촉매제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실현하자. 꿈은 항상 천천히 빠르게 이루어진다.

12월과 새해의 기도가 세월을 보내는 기도가 아니라 꿈과 희망이 있는, 이웃을 사랑하고 대구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기도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해본다. 내일은 희망의 해가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사랑의 불이 타오르리라.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는 12월의 기도, 새해의 기도. 예술의 자유혼에게 새해의 하늘과 떠오르는 간절곶 해돋이에 기원해 본다.

박해수 시인·대구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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