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150석의 매머드 정당이지만 이념적 지향성이 다양하지 않다.
그러나 당내 세력 분포는 드라마틱할 정도로 분화(分化)돼 있다.
그중에서도 당내 '성골(聖骨)'로 불리는 친노(親盧) 직계그룹은 당 지도부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 움직인다.
비록 몸은 당에 있지만 정신은 청와대에 가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당내 분위기가 국보법 폐지로 급속히 쏠렸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당이 널뛰기한다"고 비난했지만, 이들은 국보법 폐지로 당의 분위기를 몰아갔다.
여권 관계자는 "국보법 폐지에 반대했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꽤 있었다"면서 "그러나 안개모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참여하지 않은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참여정부 2년 동안 친노 그룹이 당의 전면에 서거나 당 지도부를 공격한 일은 거의 없다.
또 '연대' 내지 '세력화'의 움직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우리가 진짜 친노"라고 외치며 재결집하고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의 측근 내지 실세랄 수 있는 핵심참모들의 행보가 포착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씨가 최근 입당했고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인 안희정(安熙正)씨도 출소, 여권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고 있다.
특히 이씨는 아예 입당하자마자 "개혁을 입으로만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당내 지도자들의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고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한동안 뜸했던 이강철(李康哲) 전 조직특보의 동향이 부각되더니, 문희상(文喜相)·염동연(廉東淵)·김혁규(金爀珪)·한명숙(韓明淑) 의원과 김두관(金斗官) 전 행자부 장관 등의 당 의장 출마설이나 다른 세력과의 제휴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들에게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내년 4월의 전당대회를 향한 친노 그룹의 움직임은 정치가 권력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야당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폐지에 목숨 건 것처럼 주장하면서도 전당대회니, 당원협의회 구성이니 하는 얘기들이 자꾸 흘러나온다"고 꼬집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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