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의 지방은행인 코퍼레이티브은행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념을 기반으로 고객 만족을 높인다는 경영 철학을 지니고 있다.
'고객이 맡긴 돈은 고객을 위하는 곳에 운용한다'는 전략을 통해 고객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강력한 '윤리 경영'
유럽에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코퍼레이티브은행은 기업 활동이 환경 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착안, 1992년부터 기업 여신에 대한 윤리 경영을 통해 은행의 평판을 높였다.
당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 여신에 윤리적인 문제를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조사 대상 고객의 80%가 찬성했다.
'윤리 경영'은 최근 국내 은행들과 대기업 등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아직 일반인들에게 와닿지 않고 있다.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뿌리를 내리려면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시늉만 하고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코퍼레이티브은행의 '윤리 경영'은 그런 점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은행 내부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에서 이를 적극 활용, 좋은 반응을 얻어냄으로써 성장을 이끌어내고 이미지도 높이게 되었다.
코퍼레이티브은행은 윤리적, 환경적 기준을 적용하는 7대 부문을 정해놓고 이들 부문 중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서는 자금 운용을 제한하고 있다.
담당 간부는 여신 신청기업에 대한 질문서를 통해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데 관련되는 1천700여개의 사례를 연구, 축적해 놓고 있다.
모든 여신대상 기업은 먼저 코퍼레이티브은행의 최고위층으로부터 윤리 경영에 위배되지 않는지 여부에 대해 심사를 받게 된다.
인권, 무기 거래, 기업의 책임감, 유전자 조작, 기업의 사회공헌, 환경 파괴, 동물 보호 등 7대 사업 기준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를 살피게 된다.
인권을 해치는 국가나 기업, 무기제조나 고문 및 폭력장비 관련 사업, 의약품 개발 목적을 제외한 유전자 조작사업, 오염물질 제조 기업, 환경보호단체가 반대하는 화학제조업, 동물의 피를 흘리게 하는 스포츠 등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식이다.
반면 공정거래, 노동권을 중시하는 기업이나 사회적 책임감이 높은 기업에는 적극 투자한다.
'윤리 경영'은 이와 함께 고객에 대한 윤리·환경 컨설팅도 실시, 개인과 기업 고객에 대해 환경친화적이고 사회공헌적인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상담하거나 사례를 제공한다.
윤리 경영 관련 금융상품도 개발했는데 환경보호단체인 그린 피스(Green Peace)와 제휴, 분해되고 다이옥신이 발생하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의 신용카드를 발급하는가 하면 고객 이용금액 10파운드 당 25펜스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생태 펀드(Ecology Fund)'를 발행하기도 한다.
은행 측은 회사 순수 이익의 3분의 1은 윤리 경영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객의 충성도가 강하고 입소문 등에 의해 다른 고객을 이끌어들임으로써 영업이 확대되고 있고 거래 고객의 만족도는 다른 은행 거래 고객들보다 매우 높으며 매년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모두가 경영 파트너
'파트너십 경영 제도'도 도입, 주주, 예금·대출 고객, 예금·대출 이외 고객, 임직원, 지역 사회, 국내·국제사회, 전 세대, 차세대 협동조직 참가자 등을 경영의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이들의 눈을 통해서 은행 경영을 진단, 1998년부터 매년 '파트너십 리포트'를 발간, 구체적인 목표와 달성 상황을 공시하고 있다.
수익과 관계 없는 경영 목표까지 설정, 외부에 알리고 있다.
그 결과 은행 보유차량의 이용거리와 그로 인한 가스 배출량, 업무로 인해 배출되는 쓰레기 양 등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중소기업 금융에는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주식 투자는 하지 않는 대신 대출영업에 비중을 두고 있다.
1996년 이후 대출 증가율이 영국 은행 평균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지역 개발과 관련해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학교, 병원, 경찰서, 우체국, 도로 건설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100파운드 예금당 10펜스를 기부하는 '지역사회 직접 기여 계좌(Community Directplus account)'를 개설, 운영하고 있는데 비영리법인 거래에 이점을 안겨주고 있다.
지역 공헌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02년 순이익의 2.2%인 330만 파운드를 노인 복지, 고아 등을 위한 기부 및 자선 투자기금으로 활용했으며 1998년 세전 이익의 2.2%, 1999년 2.7%, 2000년 3%, 2001년 3.1%, 2002년 2.7%를 지역 공헌활동에 기부했다.
또 맨체스터의 10개 자치단체의 금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PB 등에 강점
코퍼레이티브은행은 영국에서 인터넷으로 풀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초의 은행이 됐으며 현재 50만 명의 고객을 보유, 오프라인의 모든 업무가 온라인에서 가능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199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 뱅킹은 인터넷 업무와 관련된 영국 내 각종 상을 수상할 정도로 경쟁력이 뛰어나며 영국 전국 3만8천여 개의 자동화기기와 연결돼 있다.
인건비 절감을 통해 절감 비용을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스마일(Smile) 영업제도'도 눈길을 끈다.
다른 대형 은행들보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고객에게 유리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로이드 은행의 대출 금리가 연 15.9%, 바클레이스 은행 13.9%, RBS 13.6%, 냇웨스트은행 10.9%인데 비해 코퍼레이티브은행의 스마일 대출금리는 8.9%로 저렴하다.
'스마일 영업'으로 인해 코퍼레이티브은행은 1999년 10월부터 2001년 말까지 40만 계좌를 개설했고 이 중 90%가 신규 고객이었다.
돈이 있는 중상류층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킹(PB)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한 고객에게 한 가지 이상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교차 판매'를 위해 PB에 주력하고 있으며 전 직원의 75% 이상이 얼굴을 맞대는 대면 영업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은행, 보험, 투자, 여행 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신개념의 영업점을 개설했으며 모기지론 전문 영업점도 열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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