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성공하는 기업의 조건

기업은 생물체와 같다.

하루에도 전세계 수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또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진다.

어느 기업이나 시장에서 실패하기로 작정하는 경우는 없다.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여 출시하고, 고객만족을 위한 전략과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것을 본다.

기업들의 흥망성쇠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봄으로써 교훈을 얻을 수는 없을까? 성공적인 변화, 혁신을 통하여 시장에서 이겨나가는 기업은 어떤 점이 다를까.

성공적인 기업들에게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특성(CASES)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성공적으로 혁신하는 기업은 고객(Customer)을 상품보다 우선시한다.

미국의 한 증권사에서 목표고객 군을 정하지 않은 채 신상품을 개발하였다.

고객 콜 센터를 통하여 3천여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하였더니 그 중 5%만이 1차 관심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연령과 거래잔액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을 4개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제시해보았다.

무려 95% 고객이 1차 관심을 보였다.

고객의 특성과 선호를 조사한 연후에 이를 반영하여 상품을 개발하여 출시하는(sense and respond) 기업은 성공하고, 무작정 만들어 파는(produce and push) 기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둘째, 임직원을 비용으로 간주하지 않고 자산(Asset)으로 보고 혁신작업을 시행한다.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임직원 수 줄이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구조조정이라는 용어가 직원 수 줄이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성공적 기업은 새로운 전략에 입각하여 임직원들의 역량과 기술에 맞게 재배치함으로써 조직의 성과를 높인다.

임직원 인건비에 관련하여서는 성과급제도를 도입한다.

즉 재무적인 성과에 따라 인건비를 연동시키는 것이다.

셋째, 규모보다는 속도(Speed)를 중시한다.

규모의 경제효과를 따라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것은 통계로 입증되지 못하고 있다.

조직 역량을 넘어서서 기업규모를 키우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는 허다하다.

성공적인 기업은 고객에 대한 응대 속도, 상품 개발 속도, 내부 의사결정 속도 등 속도를 중시한다.

넷째, 변화혁신을 일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항구적인(Eternal) 일과로 여긴다.

1998년 외환위기가 왔을 때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변화와 혁신에 심혈을 기울였다

변화혁신 전담조직을 만든 기업도 많았다.

이러한 외부적 충격 등 위기상황 때에만 일회적으로 변화혁신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활동은 영업과 경영관리처럼 중요한 일상적인 과제로서 추진해오는 기업만이 성공하고 있다.

다섯째, 비전과 전략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전략의 실행력을 갖춘 조직(Strategy Focused Organization)을 만든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포천" 지에서 유능한 경영진의 실패사례를 다룬 적이 있다.

70% 정도가 실제 문제가 된 것은 그릇된 전략이 아니라 그릇된 실행인 것으로 분석하였다.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짜인 전략을 제대로 실행에 옮길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하여,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캐플런과 데이비드 노튼 교수는 "전략집중형 조직" 저서에서 다섯 가지 대응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 전략을 실천가능한 용어로 구체화하라. 기업 내에 전략들을 전사적으로 정렬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하라. 전략을 몇몇 경영진의 일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의 일상업무로 만들라. 전략을 지속적인 프로세스로 만들라.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을 통하여 변화를 이끌어 내라.

요컨대,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환경에서 잘못된 변신노력은 실패를 초래한다는 것을 기업 흥망성쇠 역사에서 배우자. 지혜로운 변화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섯 가지 특성(CASES)은 기업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customer)을 중시하고, 임직원을 소중한 자산(asset)으로 여기며, 속도(speed)경영을 정착시키고, 변화혁신을 일상적이고 항구적인(eternal) 과제로 삼는 전략 중심적 조직(SFO)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명주 IBM BCS 부사장

△서경대 졸, 서울대 경제학 석·박사,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박사 △세계은행 국제금융과, 계명대 통상학부 교수, 금융개혁위원, 보스턴컨설팅그룹 금융고문 △현 IBM BCS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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