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밤잠 설쳐요"

50년만에 탈북한 국군포로 남교태씨

"남한이 이렇게 잘 사는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가족들과 함께 탈북했을텐데…."

6·25전쟁때 인민군 포로가 된 후 반세기만에 탈북, 올해 초 귀향한 국군포로 남교태(76)씨는 요즘 기쁨과 회한이 교차하는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남씨는 꿈에 그리던 고향(포항시 북구 죽장면) 땅을 다시 밟고 정부 보상금으로 농토를 구입해 살 집(30평 단층)을 짓게 된 기쁨을 맛보고 있지만 북에 두고 온 부인과 자녀(4명), 손자·손녀들을 생각하면 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남씨는 최근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어래산' 아래에 단감나무 밭 800여평을 샀다. 장조카 상진(62)씨 집에서 300~400여m 정도 떨어진 이곳을 남씨는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찾는다. 남씨는 여생동안 농사를 짓기로 작정하고 최근 50만 원의 가입비를 내며 안강농협 조합원이 됐다.

남씨의 조카 아내인 이용남(63)씨는 "한 집에서 함께 농사짓고 살다보면 삼촌 마음 상할 일이 한두가지가 않을 텐데 걱정"이라며 "보상금으로 다른 것을 하는 것보다 농토와 살집을 장만하는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으로 와 현충일의 의미를 알게 된 그는 자신도 언젠가 현충일 추모식에 참석해 6·25전쟁때함께 참전해 숨진 작은 형과 동네 친구들의 영령앞에 꽃 한송이를 높고 싶은 바램도 있다.

남씨는 22세때인 1952년 8월 작은형 교필(50년 영천 전투에서 전사)씨와 동네 친구 조성천씨 등 8명과 함께 참전, 53년 금화전투에서 북한군에 포로가 된 후 아오지탄광에서만 40년 넘게 광부로 일하다 지난해 10월 북한을 탈출했었다.

남씨는 "남한 땅을 밟았을 때 혹시나 버림받을 지 모른다는 걱정도 했다"며 "이렇게 환대해주고 농토와 살 집까지 마련해 주니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고 말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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